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한 정치권의 비판 발언을 다룬 방송 자막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 전 원장은 2024년 12월 4일 새벽 1시 47분경부터 4시 4분경까지 KTV 소속 방송 보도부장과 편집팀장 등에게 비상계엄을 비판하는 스크롤 뉴스 자막을 선별적으로 삭제하도록 지시해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로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이 전 원장의 대부분 혐의에 대해 유죄를 내렸다.
이 전 원장 측은 자막 삭제 지시가 영장에 기재된 내란선전죄 범죄사실과 구체적 실질 관련성이 없어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내란특검법의 신설 취지와 법문상 의미를 고려할 때 원심이 확정한 수사 대상 요건 외에 별도의 구체적 관련성이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의 유죄 판단을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KTV가 기존의 방송국과는 차별화된 특수성을 가진 방송국이기에 방송법상 공정성과 객관성 기준을 배제하거나 완화돼야 한다는 이 전 원장 측 주장도 기각했다.
이에 대해 "KTV가 정부 정책 홍보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라 할지라도 방송법상 방송 사업자 지위를 취득해 보도 프로그램을 송출한 이상 법률 및 내부 자율심의규정에 따른 공정성·균형성 준수 의무를 당연히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비상계엄 사안에서 비판적 입장만을 선별 삭제하고, 옹호한 입장만을 남긴 것은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편향된 조치로 직무 본래의 수행이라 볼 수 없을 정도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KTV 방송 기조에 따라 직원들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자막을 삭제했다는 이 전 원장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도부장과 편집팀장이 수사 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인사상 불이익과 강압에 의해 지시를 이행했다고 일관성 있게 진술한 점, 자막 삭제 과정에서 피고인이 제시한 기준이 그대로 반영된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지시와 자막 삭제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및 피고인의 고의가 명백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이 전 원장이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KTV가 정부 정책 홍보를 주된 목적으로 한 특수성을 지닌 방송사라는 점 등은 이 전 원장에게 유리한 양형으로 참작했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는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으나 법정에서는 범행을 부인한 점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태도를 보인 점 △항소심에서도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양형에 불리한 사유로 판단했다.
한편 이 전 원장은 이 사건과 별개로 2024년 12월 3일부터 13일까지 KTV 뉴스특보 등을 통해 비상계엄 등 내란 행위의 정당성을 반복적으로 전파한 혐의로도 종합 특별검사팀(권창영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 9일 첫 공판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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