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퀄컴의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을 발판으로 차세대 인공지능(AI) 스마트폰용 메모리 시장 선점에 나섰다. 단순히 LPDDR6 개발을 끝낸 단계를 넘어 실제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 검증을 마쳤다. 추석 연휴 열린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 2026'에서는 차세대 칩을 채택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대거 공개됐다. 삼성전자가 퀄컴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잠재 고객군도 구체화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16GB LPDDR6를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익스트림 6세대'에서 최대 10.7Gbps 속도로 검증하는 데 업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신형 메모리를 스마트폰에 탑재하려면 AP와 데이터 송수신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 검증은 실제 공급으로 가기 위한 핵심 관문을 넘었다는 의미다.
삼성의 LPDDR6는 초당 최대 114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전력 효율은 LPDDR5X보다 최대 21% 개선됐다. 스마트폰 안에서 대규모언어모델과 멀티모달 AI를 직접 구동하려면 AP 연산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하는 메모리 대역폭이 중요하다. AI 에이전트가 상시 작동할수록 전력 효율도 배터리 사용 시간을 좌우한다.
이번 검증의 의미는 삼성 스마트폰에 그치지 않는다. 퀄컴은 서밋에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익스트림 6세대와 일반 6세대를 공개했다. 퀄컴은 아너와 아이쿠·모토로라·원플러스·오포·레드미·레드매직·비보·샤오미의 차세대 플래그십 제품에 두 플랫폼이 탑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 LPDDR6가 이 가운데 익스트림 플랫폼에서 검증을 먼저 마치면서 글로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체를 상대로 공급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각 제조사의 삼성 LPDDR6 채택 여부와 공급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퀄컴과 삼성의 협력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지아드 아스가르 퀄컴 수석부사장은 스냅드래곤 서밋에서 개인 AI 생태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삼성을 중요한 파트너로 언급했다. 양사의 협력이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워치와 확장현실(XR)·AI 안경으로 확대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모바일 AP와 메모리에서 시작한 양사의 접점이 AI 기기 전반으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 D램 업체 CXMT는 지난 7일 자사 LPDDR6를 양산해 샤오미 18 폴드에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이라면 삼성보다 앞서 스마트폰 상용 제품에 LPDDR6를 탑재한 사례다. CXMT는 20일에도 신형 'G5' 공정을 적용한 24Gb LPDDR5X 양산을 발표했다. 이전 공정보다 웨이퍼당 생산 가능한 칩 수를 최소 50% 늘렸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기술 전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까지 견제해야 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시장 전환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옴디아는 전체 LPDDR 출하량에서 LPDDR6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7년 3%에서 2030년 39%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모바일 D램 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 43%였다. 기존 시장 1위 자리를 차세대 규격에서도 이어가려면 기술 개발보다 실제 스마트폰 제조사의 채택과 양산 공급 시점을 얼마나 앞당기느냐가 중요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LPDDR6는 단순히 속도가 빨라지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온디바이스 AI 확산과 맞물린 메모리 경쟁이다"며 "퀄컴 플랫폼에서 검증을 먼저 마쳤다는 것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공급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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