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주주환원 압박 속에 재계의 자사주 소각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들은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지주회사 중심 기업 지배구조의 경우 자사주 소각이 경영권 방어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SK·두산 등 지주사 체제를 갖춘 기업들은 최근 자사주 소각 확대 흐름에 동참하면서도 향후 파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업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고 정기 주주총회 시즌까지 도래하면서 소각 발표가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자사주는 기업이 시장에서 사들여 보유하는 주식으로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우호 지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전용돼 온 이유다. 특히 지주사가 대량의 자사주를 들고 있던 기업일수록 경영권을 노린 외부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4대 그룹 중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던 SK그룹이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전날 5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SK의 자사주 비율은 기존 24.6%에서 사실상 0%로 떨어지게 된다.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최태원 회장의 입지도 좁아졌다. SK 지분은 현재 최태원 회장 및 특수관계인 25.4%와 자사주 24.6%, 기타 주주 50%로 구성돼 있다. 자사주 소각이 실행되면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 31.8%, 기타 주주 지분 62.6%로 재편된다.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도 자사주 비중이 상당하다. 최근 1663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면서, 자사주 보유 비율이 기존 27.51%에서 22.5%로 낮아졌다.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하면서 계열사 보유 자사주가 롯데지주 자사주로 통합됐고, 그 과정에서 자사주 비중이 높아졌다. 문제는 추가 소각 부담이다. 3차 상법 개정안은 기존 보유 중인 자사주를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이내 모두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산은 2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 소각을 결정했다. 기존 자사주 비율은 17.92%로 높은 편이었다. 다만 두산은 박정원 회장을 중심으로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40%를 넘어 외부의 경영권 공격 우려는 적은 편이다. 자사주 비율이 높았던 이유는 과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신탁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기 때문이다.
재계는 자사주 의무 소각 현실화에 이중고 부담을 떠안게 됐다. 자사주를 통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잃고, 막대한 세금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자사주 소각으로 그간 이연된 법인세 과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미뤄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SK가 내야 할 법인세 규모만 5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한다. 다른 기업들 역시 수천억원대 법인세가 발생할 수 있다.
재계는 추가 논의를 통한 보완 조치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측은 "인수합병(M&A) 등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득한 자사주는 의무 소각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향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경영 불확실성 완화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및 본회의에서 이런 부분이 재논의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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