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을 둘러싸고 국내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큰 LG와 롯데는 업황 부진 속에 원가 상승 등 추가 부담이 커지는 한편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직접적인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아직까진 관망하는 분위기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발생한 지 일주일 지나며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주요 정제 설비 공격 등으로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함께 고공 행진하고, 해상 물류 차질로 운임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직격탄을 받는 건 단연 중후장대 산업이다. 대표적으로 석화가 양대 축 중 하나인 LG그룹과 4년째 적자를 지속 중인 롯데케미칼은 이번 중동 전쟁 여파에 따라 중장기 실적 악화가 전망되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여수산단에서 GS칼텍스와 노후 설비를 폐쇄하기로 합의했고 합작법인(JV)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HD현대케미칼과 공동으로 제안한 대산 지역 설비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정부 승인을 받았다.
이 상황에서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 사업 재편 효과는커녕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LG화학은 영업이익 1조1809억원을 거뒀지만 이차전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을 제외하면 1652억원 적자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 9436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기초 체력이 바닥났는데 전쟁 리스크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석화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추출하는 만큼 유가 상승에 따라 가격이 오른다. 현재 국제 유가는 추가적인 중동 정제 설비 피격 여부에 따라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70달러대 초반이었다.
반면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아직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분위기다. 특히 삼성은 가전, 반도체 등 사업마다 업황이 달라 가전이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비 상승, 원가 부담 등으로 부진하더라도 이를 반도체 부문에서 만회할 수 있다.
지난해 4분기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4분기 전체 영업이익(20조737억원) 중 반도체(DS) 부문이 16조4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지난달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13만7000대 이상을 판매하며 2월 기준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내는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판매 호조가 이어지며 당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이준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일차적으로 원유와 직결된 석유화학 산업이 영향을 단기적으로 받게 된다”며 “나머지는 이제 대부분 소비재인데, 이는 중장기적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떨어져 영향을 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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