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아는 맛] '두쫀쿠' 가고 '봄동 비빔밥' 온다? 3주 만에 갈아탄 SNS 입맛

  • 두쫀쿠 검색 관심도 반토막 크로플·요아정보다 빠른 하락세

  • 얼린 젤리·산도·봄동 급부상 '포스트 두쫀쿠' 선점 눈치 싸움

  • "새로움 중독" 소비 패턴 변화에 기업·자영업자 리스크 가중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앞에 두바이쫀득쿠키 판매를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앞에 '두바이쫀득쿠키' 판매를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 열풍이 예상보다 빠르게 잦아들고 있다. 정점을 찍은 지 불과 3주 만에 검색 관심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유통·외식업계는 벌써부터 '다음 유행 메뉴'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5일 네이버 데이터랩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최고점(100)을 찍었던 두쫀쿠의 검색 관심도는 불과 3주 만인 지난 4일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과거 메가 히트를 기록했던 다른 메뉴들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대조되는 속도다.

실제로 유행의 정점에서 관심도가 반으로 줄어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근 들어 단축되는 추세다. 2020년 디저트 시장을 흔들었던 ‘크로플’은 반감기에 접어들기까지 약 28주(2020년 10월 5일~2021년 4월 19일)가 소요됐고, 이후 등장한 ‘소금빵’ 역시 24주(2022년 6월 27일~12월 12일)가량 생명력을 유지하며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반면 2023년 ‘탕후루’는 8월 14일부터 10월 16일까지 약 63일(9주), 2024년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 ‘요아정’ 열풍은 8월 5일부터 9월 23일까지 약 7주 만에 관심도가 반토막났다. 이번 두쫀쿠의 ‘3주’ 기록은 음식 유행의 수명이 이제는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수준까지 짧아졌음을 보여준다.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는 즉각적으로 감지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유명 디저트 매장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두쫀쿠는 오픈 직후 품절되는 품목이라 예약 주문을 따로 받아야 할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판매량이 눈에 띄게 둔화했다”며 “이제는 마감할 때까지 물량이 남아있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두쫀쿠의 기세가 주춤한 사이 SNS에서는 새로운 메뉴들이 차기 주자 자리를 노리며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얼려먹는 젤리’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젤리를 냉동실에 넣어 차갑게 굳혀 먹는 방식이 ASMR 콘텐츠를 통해 확산되면서 관련 검색량이 단기간 급증했다. 스타일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월 10일~2월 8일) 젤리 관련 검색량은 직전 한 달 대비 113% 증가했고, 특히 ‘사우어 젤리’ 검색량은 2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식 과일 샌드위치인 ‘후르츠 샌드(산도)’도 유력한 유행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부드러운 식빵 사이에 생크림과 과일을 듬뿍 넣은 뒤, 단면에 과일 형상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자른 비주얼이 SNS 인증샷 문화와 맞물리며 다시금 조명받는 모양새다. CU는 일찌감치 트렌드를 감지하고 딸기·샤인머스캣·감귤 등을 활용한 샌드 라인업을 확대했는데, 일부 인기 제품은 하루 평균 1만 개 이상 판매되며 샌드위치 카테고리 매출 1위에 올랐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두쫀쿠 다음은 후르츠 샌드”라는 글이 올라오며 메뉴 도입을 고민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트렌드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월 25일2월 24일 ‘봄동 비빔밥’ 관련 언급량은 전년 대비 1772 폭증했다 사진은 기자가 직접 만든 봄동 비빔밥 사진김현아 기자
트렌드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월 25일~2월 24일) ‘봄동 비빔밥’ 관련 언급량은 전년 대비 1772% 폭증했다. 사진은 기자가 직접 만든 봄동 비빔밥 [사진=김현아 기자]

이색 주자로는 ‘봄동 비빔밥’의 부상이 눈에 띈다. 제철 채소인 봄동을 활용해 겉절이를 만들고 밥에 비벼 먹는 소박한 레시피가 1인 가구와 젊은 층 사이에서 ‘건강한 한 끼’로 주목받고 있다. 트렌드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월 25일~2월 24일) ‘봄동 비빔밥’ 관련 언급량은 전년 대비 1772%나 폭증했다. 봄동 비빔밥의 인기는 산지 물가까지 끌어올릴 정도로 강력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24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봄동배추 15kg 도매가격은 상품 기준 5만3996원으로, 전년 동기(3만307원)보다 78.2%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신흥 유행 메뉴들의 공통점은 맛 그 자체보다 콘텐츠화가 용이하다는 데 있다. 얼린 젤리의 청각적 쾌감, 과일 단면의 색감이 강조되는 산도, 간단한 조리 과정을 담아내기 좋은 봄동 비빔밥 등은 모두 ‘찍어서 공유하기 좋은 음식’이라는 속성을 공유한다. 현대의 소비자는 음식을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디지털 콘텐츠로 재가공해 공유하며 그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다. 이러한 공유 행위가 다시 새로운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거대한 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유행 주기가 극단적으로 짧아지면서 외식 및 유통 기업, 특히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메뉴 개발과 마케팅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기도 전에 유행이 끝나버리는 사례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언가를 깊이 있게 향유하기보다 늘 새로운 것을 계속 찾아다니며 두리번거리는 소비 성향이 강해진 점이 유행 단축의 본질적 요인”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트렌드가 일정 기간 유지돼야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데, 반감기가 지나치게 짧아지면 재고 소진이 어려워져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곧 생존 전략이 된 시대지만 동시에 실패 시 감당해야 할 매몰 비용도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며 “단기적인 유행을 맹목적으로 뒤쫓기보다는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트렌드를 한 스푼 가미하는 유연한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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