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학생 시위 재개…유혈 진압 한달 만에 재점화

  • 추도 항의·동맹 휴업 등 저항 방식 다변화

2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미르카비르공대에서 열린 대학생 시위 장면 학생들이 샤국왕 만세 등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미르카비르공대에서 열린 대학생 시위 장면. 학생들이 "샤(국왕) 만세" 등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란에서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위가 재개되면서,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주춤했던 반정부 시위가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FP통신에 따르면 새 학기 첫날인 이날 테헤란 주요 대학 캠퍼스에서는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보안군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 연좌농성이 잇따라 벌어졌다.

명문 공대인 샤리프공대에서는 학생들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는 일부 폭력 사태로 번졌다. 학생들이 캠퍼스 밖에서 바시즈 민병대원들과 충돌한 것이다. 바시즈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통제를 받는 준군사조직으로, 지난달 반정부 시위 진압에 투입된 바 있다.

이란 반관영 매체 파르스통신은 양측의 몸싸움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아미르카비르공대에서는 학생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여 "샤(국왕) 만세"를 외쳤다. 이는 이란 마지막 국왕의 아들로 해외에서 활동 중인 레자 팔레비가 여전히 반정부 세력의 상징적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테헤란의대 학생들도 지난달 시위 과정에서 수감된 학생 등 구금자들을 지지하는 행진과 연좌시위를 벌였다.

시위 희생자의 추도식 역시 새로운 항의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통상 엄숙한 종교 행사로 치러지는 추도식에서 조문객들은 무덤 주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항의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일부 행사에서는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저항 방식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테헤란과 반다르압바스, 고르간 등지에서는 고교생과 교사들이 '빈 교실'로 명명한 동맹 휴업에 나섰고, 해 질 무렵에는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아이를 살해하는 공화국에 죽음을" 등 반정부 구호가 울려 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시위는 장기화한 경제난에 항의하며 지난해 12월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위는 지난달 8~9일 절정에 달했지만, 보안군의 강경 진압으로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체포되며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이란 당국은 진압 과정에서 3000여명이 숨졌다고 밝혔으나,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사망자를 7000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체포자도 5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내부 불만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과 맞물려 긴장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핵 협상이 실패할 경우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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