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문이 열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 ‘골든(Golden)’이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를 수상했다. K팝 작곡가·프로듀서가 그래미 트로피를 손에 쥔 첫 장면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수상 소식이 아니다. 미국 음악 산업의 가장 보수적인 심장부, 즉 송라이팅과 저작의 영역에 한국의 서사와 감정이 공식적으로 들어섰다는 신호다.
‘골든’의 성취를 차트 기록이나 흥행 지표로만 해석하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이 곡은 영어와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글로벌 팝의 문법 위에 한국적 리듬과 정서를 얹는다. 번역된 한국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한국이 세계의 언어로 작동한 사례다. 문화산업의 오래된 격언이 이를 정확히 짚는다.
“문화는 설명될 때 약해지고, 체험될 때 강해진다.”
‘골든’은 설명하지 않는다. 듣는 순간, 경험하게 만든다.
이 흐름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방탄소년단이 월드투어와 앨범의 상징으로 아리랑을 불러냈을 때, 이를 단순한 ‘전통 소환’으로 읽은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아리랑’은 장식이 아니다. 공동체의 이별과 재회, 길 위의 반복과 변주를 품은 정서의 운영체제(OS)다. 이 오래된 코드가 현대의 비트 위에서 다시 작동할 때, 세계는 더 이상 낯설어하지 않는다. ‘골든’과 BTS의 ‘아리랑’ 사이에는 분명한 공통 분모, 곧 K-헤리티지가 흐른다.
해외 사례는 이 길이 예외가 아니라 정공법임을 보여준다. 픽사의 Coco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이라는 지역적 의례를 세계 보편의 감정으로 밀어붙였다. 현지 음악과 색채를 희석하지 않았고, 바로 그 일관성이 전 세계의 공감을 얻었다. 그래서 문화산업에는 이런 말이 남았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산업적 파급 역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케데헌’의 흥행 이후 전통 문양과 상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문화상품이 빠르게 확산됐다. 일월오봉도, 궁궐 이미지, 호랑이 모티프는 기념품을 넘어 라이선스·디자인·스토리텔링의 결합으로 확장되고 있다. 문화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사슬이 된다. 콘텐츠에서 상품으로, 상품에서 관광과 국제행사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경제학의 언어로 바꾸면, 이는 비가격 경쟁력의 확보다. 가격으로 싸우지 않고, 정체성으로 선택받는 단계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경쟁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표준과 권리의 문제로 이동한다. 그래미가 상을 넘어 ‘표준’으로 기능하는 이유다. 산업계의 또 다른 격언이 이를 압축한다.
“표준을 잡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그래서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 흐름을 우연의 연속으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반복 가능한 구조로 만들 것인가.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중요한 시험대다. 미디어아트, 무형유산 공연, K-굿즈가 나란히 놓이는 장면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국가 브랜드의 설계다. ‘골든’이 보여준 이중언어의 힘처럼, 우리의 유산 역시 설명이 아니라 경험으로 제시될 때 설득력을 얻는다.
“이츠 아워 모먼트(It’s our moment).”
이 문장은 선언이 아니라 책임이다. 순간을 제도로 만들 때, 문화는 유행을 넘어 산업이 된다. ‘골든’의 그래미와 BTS의 ‘아리랑’이 같은 강물에서 만나는 이유다. K-헤리티지는 이제 배경음이 아니다. 주선율로 울리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다. 이 선율을 지속 가능한 악보로 남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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