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늘 현재만을 말할 때, 행정은 때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안성 객사 정청'이 그렇다. 1345년, 고려 충목왕 때 세워진 이 목조건축물이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국가유산청이 목재의 나이테를 분석한 연륜연대조사를 통해 밝혀진 결과다. 기록이 아니라 나이테가 증명한 역사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안성은 이제 문화유산 지도의 변방이 아니고 '현존하는 최고(最古)'라는 그 자체로 국보급이다. 국가유산청이 국보 승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 문헌이 아닌 과학, 주장 아닌 검증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김보라 안성시장이 지난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 '안성 객사 정청'이란 사실 알고 계신가요?"란 제목의 글을 통해 "국가유산청에서 목조건축유산의 나이테를 이용해 건축연도를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김 시장은 "안성시는 시가 갖고 있는 문화유산을 잘 보전함은 물론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 하는 공간, 문화가 되도록 하고 있다"며 "작년 여름에는 안성 객사에서 많은 시민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도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8월, 안성객사에서 시민들과 함께한 야간 힐링 문화 행사인 '달빛객사X쉼플한 안성'은 고려의 객사가 시민의 일상으로 들어온 순간이었다. 천년을 버텨온 공간이 오늘의 사람들과 숨을 섞은 장면이다. 이것이 바로 고금통합(古今統合)이다. 과거를 지키되 현재와 단절시키지 않는 행정은 말처럼 쉽지 않은 선택이다.
국보 승격 여부는 중앙정부와 국가유산청이 판단할 것이며,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이전에 있다. 유산을 훼손하지 않고, 방치하지 않으며, 시민의 삶과 연결시키는 것. 김 시장은 지금 그 기본을 충실히 밟아가고 있고, 이는 문화유산을 대하는 태도다.
680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 그 나이테 하나하나는 누군가가 지키고, 누군가가 쓰고, 누군가가 존중해온 흔적이다. 오늘의 행정이 그 나이테 위에 또 하나의 층을 얹는다면, 그것은 계승이다. 문화유산은 말이 많을수록 불안하고 반대로, 조용히 손을 대지 않을수록 오래 간다. 김 시장이 보여준 태도는 그래서 과하지 않다.
안성 객사 정청을 둘러싼 이번 확인은 단순한 문화 뉴스거리가 아니다. 지방정부가 문화유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모범 사례다. 국보가 되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 김 시장은 국보를 대하는 자세를 갖췄다는 점이다.
천년은 우연으로 버틸 수 없듯이 행정도 마찬가지로 김보라 안성 시정은 지금의 나이테처럼 조용히 두터워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사실을 대하는 태도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