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환율정책 투명성 강화와 시장결정 원칙을 따르기로 한 한·미 재무당국간 환율정책 합의에도 미국의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앞서 미국 측이 환율정책에 대한 정성평가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관찰대상국 해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미국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주요 교역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을 일본·중국·독일·싱가포르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미국 교역촉진법상 환율조작국 판단 요건 3개를 모두 충족한 국가는 없었으며,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등 2개 요건에 해당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교역촉진법상 평가 기준중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요건을 충족했다. 한국의 대미 상품·서비스 무역흑자는 520억 달러로 기준선인 15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경상수지 흑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5.9%로 기준(3%)을 상회했다. 반면 한국의 외환시장 순개입 규모는 GDP 대비 –0.4%로, 달러 순매수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0월 환율정책을 두고 고위·실무급 협의를 통해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며, 경쟁적 평가절하를 목적으로 한 시장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당시 관세 협정을 위한 대미투자 합의를 앞두고 정부기관의 해외투자에 대해 환율 조작이 아닌 위험관리와 투자 다변화 목적임을 명확히 했고, 거시건전성·자본유출입 관리 조치가 경쟁적 환율 목표와 연계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합의문에 포함됐다.
또 우리 정부는 환율정책 투명성 제고를 위해 외환시장 안정 조치 내역을 기존 분기별 공개에서, 대외 비공개 전제로 매월 미국 재무부와 공유하기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맞춰 외환보유액과 선물환 포지션 공개도 확대하는 등 미국이 요구해 온 '투명성 강화' 조치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이 같은 합의로 전제로 시장에서 차기 환율보고서부터 미국이 정성평가를 반영해 한국을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기대했던 미국 측의 정성평가가 ‘불리한 판단을 피하는 수준’에 그치며 관찰대상국 분류를 해제할 만큼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등 계량 요건이 여전히 충족된 상황에서 미국 재무부가 정성평가만으로 분류를 바꾸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제도 개선 노력을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했다.
재정경제부는 30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의 원화 흐름과 외환시장 정책을 비교적 우호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은 이번 보고서에서 "2025년 하반기 원화의 추가 약세는 한국의 강한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원화가 일방향으로 과도하게 약세를 보인 데 대해 문제 제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른 일시적 흐름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또 미국은 한국 자본시장이 상당한 개방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외환시장과 금융부문의 취약성 관리를 위해 일부 거시건전성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고서에 명시했다. 이어 외환시장 거래시간 확대와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허용 등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외환시장 제도 개선이 외환시장의 회복력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상반기 환율보고서에서 밝힌 대로, 이번 보고서부터 단순한 시장 개입 여부뿐 아니라 자본유출입 관리와 거시건전성 조치, 정부투자기관을 활용한 경쟁적 평가절하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정성 평가에서 한국의 외환정책에 대해 크게 문제 삼을 요소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평가에서도 미국 재무부는 국민연금의 외화 매수가 환율 방어 목적이 아닌 해외투자 다변화를 위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 외환스와프는 2024년 4분기 원화 변동성이 확대됐던 시기에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는 앞으로도 미국 재무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외환시장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를 확대하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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