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찬수 STPEI 부원장 "과학기술 더 이상 종속변수 아냐…경제·외교 관통하는 중심축"

  • 박찬수 STPEI 부원장 인터뷰

  • "현대 과학기술 한 국가 해결 못해"

  • "글로벌 협력 필수…안보도 중요"

  • "AI, 연구자 보조 수단 넘어 대체재 역할"

사진STEPI
[사진=STEPI]

"과거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종속변수'였다면 지금은 그 자체로 국가의 생존과 미래를 결정짓는 '독립변수'이자 핵심 가치가 됐다. 이 점이 현재 과학기술 정책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변화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원장은 지난달 8일 세종시 STPEI 연구소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금의 시기를 과학기술이 경제·산업·외교 등 국정 전반을 관통하는 중심축으로 이동하는 '대전환의 변곡점'으로 진단했다. 

박 부원장은 특히 '우물 안 1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의 글로벌 개방을 통해 우리 기술의 객관성을 파악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과제 단위' 연구 안보 체계 구축, '팀 단위' 이동을 지원하는 인재 유치 전략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다음은 박 부원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STEPI는 어떤 역할을 하나.
"과거 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종속변수였다면 지금은 독립변수이자 핵심 가치가 됐다. STPEI는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에서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제시하는 기관이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이 경제와 산업, 외교 등 타 분야와 어떻게 연결돼 국가 난제를 해결할지 고민하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정부가 글로벌 R&D 협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선 탄소중립부터 코로나, 우주 개발 등 문제가 글로벌화됐다는 게 가장 크다. 현대 과학기술이 풀어야 할 문제는 한 국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글로벌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또 과학기술은 그 특성상 1등만 기억하는 수월성을 추구한다. 국내에서 1등은 의미가 없다. 글로벌 시장에 우리 기술을 개방해 우리 수준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선진국 수준으로 과학기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한 전략은.
"기존 외교 방식을 따르면 안 된다. 기술은 생존 문제와 연결돼 있다. 크게 3가지 전략이 필요한데, 우선 주요국 싱크탱크와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유연한 싱크탱크 간 네트워크를 통해 정책 흐름을 먼저 감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제기구 내 의제 주도권 확보다. 다자협의체에서 과학기술 규범이나 윤리 등 새로운 의제를 우리가 선점해야 한다. 공적개발원조(ODA)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개발도상국에 단순 물자를 주는 것이 아닌 스타트업 육성 시스템이나 과학기술 제도를 전수해 우리의 잠재적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협력이 늘면 안보 이슈가 발생하는데, '연구 안보 체계' 구축은.
"거창한 '한국형 시스템'을 선언적으로 만들기보다 실효성 있는 '개별 사업·과제 단위' 관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예컨대 국제 공동연구는 보안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 NSF처럼 해외 펀딩이나 타국 과제 수행 여부를 사전에 보고하게 해 우리 연구비가 우려국에 흘러가지 않도록 모니터링하는 방법이 있다. 외국인 연구자가 참여하는 국내 과제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연구 데이터를 들고 출국하는 사례도 있었다. 어떤 외국인이 어떤 과제에 참여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우선돼야 한다." 

-해외 인재 유입으로 기술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동 수요에 따라 '투트랙(Two-track)'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가 AI 시대에 진짜 필요로 하는 'S급 인재'는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예컨대 민간에서 S급 인재의 이직 경로까지 관리하듯 국가 차원에서 이들에게 파격적 인센티브를 주고 개별적으로 케어해야 한다. 일반적 해외 인력 수만 명은 일일이 감시할 수 있다. 이들은 인물 중심이 아닌 참여 '과제'나 '사업' 단위로 보안 등급을 매겨 관리 시스템 안에 포함시키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과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혁신 과제는.
"핵심은 '돈'보다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동료'다. 해외 우수 석학이 한국에 올 때 가장 망설이는 건 연봉 삭감이 아닌 한국에 왔을 때 기존 성과를 이어갈 연구 생태계가 있느냐는 점이다. 개인 한 명을 데려오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히딩크 감독이 코치진을 대동하듯 '팀 단위' 이직을 지원해 집단지성이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고 연구자가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 창업과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는 것이 구조적 혁신을 위한 첫발이다." 

-AI는 과학기술 R&D 생산성에 어떤 변화를 주나.
"AI는 연구자의 보조 수단을 넘어 '대체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인구 감소로 연구 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를 극복할 근본적 체질 개선책 중 하나가 AI다. 신약 개발을 예로 들면 AI는 수만 번의 실패 과정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폭 줄여준다. 사람이 1000명 필요했던 일을 10명이 할 수 있게 만드는 셈이다. 앞으로 인간 연구자의 역할은 AI가 풀 수 있는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기획 역량에 집중될 것이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연구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R&D 예산 시스템 변화'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폐지와 PBS(연구과제중심제도) 개편 등 제도가 급변하는 시기에 재정 전략을 어떻게 다시 짤 것인지가 중요하다. 둘째는 '과학기술 안보화'다. 안보와 기술이 하나가 되는 시대에 경쟁과 협력을 어떻게 조율할지 연구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다소 소홀했던 '기술 사업화'와 '글로벌 기술 규제' 대응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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