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쿠팡 '보상 이용권' 꼼수 논란…피해 회복인가, 마케팅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표명하며 고객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자 소비자 반발이 거세다. 이용권의 상당 부분이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쿠팡트래블·알럭스 등 특정 서비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제한적 이용권’이라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정작 필요한 보상은 없고, 쿠팡만 이득을 보는 판촉 행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항의가 아니라, 보상과 책임 사이의 원칙적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쿠팡은 네 가지 이용권을 합쳐 5만원 상당이라고 설명하지만, 중·장년층을 비롯한 다수 소비자가 평소 거의 이용하지 않는 트래블·알럭스 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한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은 불가피하다. 명목상 금액과 실제 체감 가치는 크게 다르며, 보상이라는 이름과 달리 사용 조건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현금이나 현금성 동일 가치의 보상이 아닌 한 피해 회복이 아니라 강제 소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용권을 쓰기 위해 추가 소비를 유도하거나, 결국 보상의 부담을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를 보상한다면서 소비를 전제로 하는 방식은 책임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

사안의 출발점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다. 3천만 명이 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적 충격을 준 사안인 만큼, 보상에 대한 기대 역시 단순한 혜택 제공을 넘어선다.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할인이나 편의가 아니라, 정보 주권 침해에 대한 실질적 회복과 신뢰 회복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상안은 피해의 실질적 보전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기준 모두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국제적으로도 대형 플랫폼의 개인정보 침해 사고에 대한 보상은 단순한 ‘혜택 제공’이 아니라, 신뢰 회복과 피해의 실질적 보전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보상과 마케팅의 경계를 분명히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고객 신뢰 회복을 강조해 온 쿠팡이라면, 보상의 방식과 내용 역시 소비자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만약 이번과 같은 방식이 용인된다면, 향후 대형 플랫폼의 개인정보 침해 사고는 모두 ‘자사 서비스 이용권’으로 정리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이는 피해 회복의 기준을 낮추고, 기업의 책임을 판촉 전략으로 대체하는 위험한 흐름이다. 정부 역시 기업 자율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보상의 원칙과 최소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보상은 판촉이 아니라 책임이며, 신뢰는 쿠폰이 아니라 원칙에서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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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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