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고환율 국면을 틈타 가격담합과 편법 거래 등 불공정 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긴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총 31개 업체로, 이들의 탈루혐의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고환율 흐름 속에서 원가 상승을 명분으로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거나, 정책 제도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이른바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2차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가공식품 제조·판매업체 등 생활물가 밀접 업종 55곳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 이은 두번째 세무조사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기준으로 1400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환율 상승은 곧바로 물가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며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시장 불안 국면에서 이들 기업들이 가격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 편법적인 외환 거래 등을 통해 정상적인 원가 상승 범위를 넘어서는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세금은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가격담합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독·과점 기업 7곳 △할당관세를 편법으로 이용한 수입기업 4곳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올린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 9곳 △외환을 부당 유출해 환율 불안을 키운 기업 11곳 등이다.
가격담합·독과점 기업의 경우 사다리타기나 제비뽑기 방식으로 입찰 순번을 정하는 ‘나눠먹기식 수주’를 통해 초과이윤을 챙기면서 담합 사례금을 비용 처리하거나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정황이 포착됐다. 일부 업체는 가격담합으로 얻은 이익을 특수관계법인에 저가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주 일가에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할당관세 편법 이용 기업들은 물가 안정을 위해 도입된 관세 인하 혜택을 누리면서도 이를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특수관계법인을 유통 단계에 끼워 넣어 이익을 이전하거나 부가가치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의 경우 치킨·빵 등 외식 분야에서 가격은 유지한 채 중량을 줄여 ‘숨은 가격 인상’을 이어가는 동시에, 계열사와의 불투명한 거래를 통해 원가를 부풀리고 사주 일가에 부당이득을 제공한 사례가 포함됐다.
외환 부당유출 기업들은 법인 자금을 이용해 고가의 해외 부동산, 골프장, 요트 등을 취득하거나 대외계정을 활용해 외화를 빼돌리는 방식으로 환율 변동성을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는 외국 국적을 이용해 소득 신고를 누락하고 법인을 사적 소비 통로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금융계좌 추적, 포렌식 분석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들의 탈루 혐의를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다. 조사 과정에서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장부 파기 등 범칙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 고발도 병행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물가와 환율 변동성을 기회로, 보이지 않는 편법적 이득을 얻으면서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려는 행위를 단호히 차단할 것”이라며 “ 민생에 부담을 주는 신종·변칙적 탈세유형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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