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제복 입은 민주시민으로 국군 거듭나야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사진상지대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사진=상지대]
어느덧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천인공노할 무도한 불법적인 권한 행사에 스스럼없이 발 벗고 나서 항거한 국민들의 자발적 행동을 통해 ‘빛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 수호가 가능했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로 45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최초의 친위 쿠데타이자 내란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21세기 대한민국 민주주의 위기와 시민 저항 그리고 제도권 정치의 대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날 수많은 국민들이 광장과 도로 위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외쳤고, 국회는 신속히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해 민주주의 승리를 보여주었다. 1980년 5·17 비상계엄 등 과거 군사정권의 계엄 사태와 유사하게 민주주의 연약함과 시민 주권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건이 되겠다.
 
제도나 권력이 아닌 시민의 저항과 국회 등 제도권 정치의 신속한 대응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핵심동력으로 강조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 다수는 12·3 비상계엄을 헌정질서 파괴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6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 공개 행사로 제70주년 현충일 추념식 추념사에서 ‘제복 입은 민주시민’이라는 표현으로 군 장병들이 국민을 지킬 동안 대한민국이 국군 장병들을 지키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제복 입은 민주시민이라는 표현인데, 이는 제복을 입고 있는 군인도 일반 시민처럼 시민적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접근 방식을 뜻한다.
 
제복 입은 민주시민이란 용어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 재탄생한 독일 연방군이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프로이센 시절부터 나치 독일 국방군으로 이어졌던 상관에 대한 절대복종 개념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과 제2차 세계대전 등에서 독일 국방군이 이를 맹종하게 했다.
 
전후 서독 정부는 연방군을 문민통제 원칙하의 민주주의 군대로 만들고자 제복 입은 민주시민의 개념을 채택하게 됐다. 독일 연방군 장병들은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양심과 통찰에 의해 최종적인 결정을 한다. 즉 스스로 비판적 생각을 하는 동시에 비민주적이고 비합법적 명령을 따르면 안 된다. 이는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등 비합리적 명령에 따른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에 따른 것이다.
 
제복 입은 민주시민은 국가안보와 평화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면 강력한 군대가 필요하지만, 군인의 뿌리는 곧 시민과 시민적 권리라는 점도 함께 인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유로운 인격체, 책임 의식을 지닌 시민, 전투 준비 태세가 완비된 군대를 만들게 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12·3 비상계엄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군 병력 중 대다수가 불법적인 상관의 명령에는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자칫 민간인과의 충돌 등 초유의 끔찍한 유혈사태 발생을 예방할 수 있었던 점도 기억해야 하겠다.
 
앞으로 대한민국 국군은 군인이 제복 입은 시민이 될 수 있도록 2세대 민주적 민군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고, 기존에 상명하복의 절대복종 문화에서 벗어나 헌법과 민주주의를 최우선으로 삼는 ‘국민의 군대’를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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