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구 기원(60·한화오션 특수선의장2팀)은 33년 전 독일 북부 킬(Kiel)에서 생전 처음 마주한 잠수함에 대해 이렇게 기억했다. 당시 20대였던 그는 독일 하데베(HDW) 조선소에서 케이블 파트 업무를 통해 잠수함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청년 기능사원였던 정한구 기원에게 주어진 업무는 음파탐지기(소나)에서 뻗어 나오는 수백 가닥 케이블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잠수함 한 척에는 평균 600개의 케이블이 얽혀 있고 이들의 총길이는 12㎞에 달한다. 당시 한국 기술자들은 도면만 제공받았을 뿐, 실제 경험과 노하우는 오롯이 스스로 익혀야 했다.
그는 독일 기술자들의 손끝 움직임 하나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기원은 "고장 난 케이블을 독일인들이 통째로 폐기하면, 한국 기술자들은 끝까지 원인을 찾아내 고쳐냈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만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쌓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30년 만에 세계 8번째로 3000t급 중형 잠수함을 독자 설계·건조한 것과 더 나아가 세계 최초로 디젤 잠수함에 SLBM을 탑재한 것도 이 세대 기술자들의 집요함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정 기원은 "1990년대 독일 HDW에는 동남아·남미 여러 국가 기술자들이 기술을 배우러 왔지만, 그중 독자 설계·건조까지 성공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지금 한국 잠수함 기술력은 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자부했다.
40년 가까이 현장을 지켜온 그는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과제를 찾는다. 특히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새로운 매뉴얼과 작업 도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잠수함 건조 현장은 대부분 좁아 기술자들은 허리를 구부리거나 몸을 비틀어야만 작업을 할 수 있다. 이에 정 기원은 작업 치구 개선과 공법 개발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제작해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성과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해 왔다.
정 기원은 "작은 공간에 수천 개 장비가 얽혀 있어 엎드리고 일하는 건 피할 수 없다"며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잠수함에 대한 애정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잠수함을 운명처럼 만났다"며 "한국 잠수함이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정 기원은 4일 무역의날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 역군 초청 오찬 행사에도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산업 역군들의 헌신을 조명하고, 노고에 감사를 전하기 위한 취지다. 이날 오찬에는 조선, 자동차, 섬유, 전자, 기계, 방산, 해운 등 우리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굵직한 역사의 이정표를 세운 인물들이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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