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조직 생존의 필수 전략 '레드팀'

이용백 헤드라인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사진헤드라인커뮤니케이션즈
이용백 헤드라인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사진=헤드라인커뮤니케이션즈]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2016년 삼성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폭발 사태, 2022년 암호화폐 테라-루나의 폭락 사태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내부에서는 ‘문제없다’고 판단했지만, 외부의 비판적, 객관적 시각을 반영하지 못해서 발생한 대형 참사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조직이 생존하려면 스스로의 약점을 먼저 발견하고 보완해야 한다. 바로 ‘레드팀(Red Team)’의 존재 이유다.
 
레드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독일군의 전략을 예측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조직 내부에서 ‘건설적인 반란군’ 역할을 수행한다. 오늘날에는 CIA, 펜타곤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제품 출시 전 레드팀이 해커의 관점에서 보안 취약점을 공격하도록 해 연간 수천 개의 치명적 결함을 사전에 발견하고 있다.
 
왜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어리석은 결정이 나올까. 어빙 재니스 예일대 교수가 밝힌 ‘집단사고(Groupthink)’ 현상이 답이다. 1961년 미국의 피그만 침공,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 모두 집단사고의 결과였다. NASA 엔지니어들은 밀봉 역할을 하는 O-링의 결함 가능성을 알고 있었지만, 경영진은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으니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라는 집단 사고에 빠졌다. 그렇기 때문에 레드팀 구성의 핵심은 ‘다양성’과 ‘독립성’이 있어야 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신규사업 검토 시 반드시 반대 의견을 제시하도록 한다. 구호는 ‘Disagree and Commit’(반대하고 실행하라)이다. 참석자들은 시장 조사 데이터의 신뢰성부터 수익 모델의 지속가능성까지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제네럴리스트들이 중요한 이유는, 전문가들이 놓치기 쉬운 ‘상식적 관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2017년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승객을 강제로 내리게 한 사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부조직에도 레드팀이 절실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전략적 ‘미래 센터(Centre for Strategic Futures)’라는 조직을 통해 모든 주요 정책을 반대 입장에서 검토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이스라엘군은 ‘악마의 대변인 부서(Devil’s Advocate Office)’를 통해 작전 계획의 허점을 사전에 파악한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는 식의 ‘결과 편향적’인 정책이나 경영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기업이나 정부 부처에 이 같은 일이 적지 않다. 일반인의 눈에는 비정상으로 보이는 일들도, 현장에서 너무나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기에 관계자의 눈에는 어쩌면 당연한 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쁜 원료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관례, 소비자 정보보호를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는 경직성, 기업에는 미러링 시스템을 의무화하도록 하면서 정부는 그걸 도입하지 않은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예산, 인력, 성의의 부족 등 우리에게는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4대강 사업, 과거 부동산 정책 실패, 최근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에서 보듯이 정책 실패의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
 
레드팀이 없다면 기업이든 정부든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그렇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새 정부 이후, 보다 체계적인 정책 관리 방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몇몇 분야에서는 패스 미스, 내야수 에러 같은 실책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에도 위기 관리를 담당하는 조직이나 수석비서관 등의 직책을 만들어 일종의 레드팀을 운용한다면, 사소한 실책에서 ‘대량실점’이 초래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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