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 콘텐츠AI 실증단지 조성을 통한 K-소리 도약의 길

이춘구 언론인
[이춘구 언론인]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AI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매일 같이 뉴스의 톱을 차지하는 것은 AI 관련 소식이다. 국내외 AI 기업들의 움직임과 주가 동향, AI로 인한 대학가 시험 부정 사건, AI를 악용하는 사건 등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11월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26년을 'AI 시대'의 원년이라고 선포하였다. 그러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서,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AI’를 27번 언급했다. 또한 AI 정책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 국정의 맨 앞자리에 배치하였다. 즉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총 10조 1,000억 원을 2026년 예산안 설명서 맨 앞자리에 편성했다. 정부의 AI 정책은 소위 피지컬AI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조업 관점에서의 접근법이다. 그러나 콘텐츠 관점에서 보면 콘텐츠AI가 더욱 더 창조적이며 도전적인 분야이다. 케데헌의 골든이 전 세계를 강타하는 현상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AI 정책은 피지컬AI와 콘텐츠AI 양대 축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게 보다 더 전략적이다.

K-콘텐츠의 대표는 역시 K-pop이다. K-pop 열풍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케데헌의 골든은 여러 국가의 미디어 집계에서 1위·Top10 진입을 다수 기록했고, 사운드트랙 앨범 자체도 빌보드 앨범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BTS는 여러 차례 빌보드 1위(예: Billboard Hot 100, Billboard 200, Global 200 등)를 기록했고, 스포티파이·유튜브 등에서 ‘역대 최다 스트리밍’ 그룹 중 하나로 꼽힌다. ROSÉ, Bruno Mars의 콜라보 곡 “APT.”는 Billboard Global Excl. U.S. 차트에서 장기간(보고 시점 기준 18주 등) 1위를 기록하는 등 국제 차트에서 매우 강한 성과를 냈다.

골든은 정량적으로 추정할 경우, 글로벌 히트 싱글이 몇 주간 상위권을 유지하면(하루 수백만 스트리밍) 수백만~수천만 달러의 직·간접 매출이 가능하다. 정부·연구기관·싱크탱크·미디어 집계들을 종합하면 BTS의 연간 경제적 파급 효과는 수조 원(수십억 달러)급으로 평가된다. “APT.”의 글로벌 인기로 YG Plus(유통)·레이블 관련주·연관 소비재, 예를 들면 영상 속 소주 브랜드 등의 주가·판매가 단기적으로 반응하는 사례가 관찰되었다. 요컨대 K-pop은 ‘음악 그 자체+스토리·퍼포먼스·팬덤’의 삼각 결합이 인류 보편적 감성과 연결되어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한류의 세계적인 유행은 비단 오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1,400년 전 중국 수나라와 당 나라에서도 한류가 유행하였으며, 원나라와 명나라 시대에도 한류가 유행하였다. 대진대학교 서병국 전 교수의 「고구려인의 공동체의식 연구(2004)」에 따르면, 고구려의 노래와 춤, 악기 등은 중국에 전파돼 500여 년 동안 고려악, 고려무, 고려기 등으로 사랑을 받았다. 이 같은 고려풍은 오늘날 ‘한류의 연원’으로 확실하게 문헌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박은옥의 「중국으로 간 공녀(貢女)의 음악활동 양상(2014)」 연구는 고려 음악이 원나라와 명나라에서 유행하는 과정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중국으로 건너간 가무인들의 인기가 높았다. 이 가운데 이궁인(李宮人)과 현비(賢妃) 권씨(權氏)가 각각 5현 비파와 옥퉁소로 원 세조와 명 성조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콘텐츠AI를 문화창조산업으로 연계
소리 콘텐츠를 K-pop 원천으로 통합
 
이 같은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살펴보면 역사를 비롯해 문화, 소리, 춤, 영화, 인물, 현장 등 다양하게 접근하고 문화창조산업으로 연계할 소재가 즐비하다. 여기서 대강의 체계를 세우면, 아카이빙, 데이터베이스화, 생성형 AI 활용, 새로운 콘텐츠의 창조, 글로벌 한류의 열풍을 살려가는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K-pop 한류 열풍을 이어가고 콘텐츠와 관련된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실무적 우선순위에 따라 단계별·구체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콘텐츠 AI를 문화창조산업,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략적으로 K-소리(전통음악) 콘텐츠를 현대 K-pop의 핵심 창의의 원천으로 통합하고, AI 기반 제작·유통·체험 도구로 상용화하여 수출·관광·문화브랜딩의 장기적 가치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6단계 실행 로드맵을 설정할 수 있다. 첫째 기초 인프라로 데이터·IP를 확보하고, 둘째 기술 인프라로 모델과 툴을 개발한다. 셋째 창작 실험으로 콘텐츠 파일럿에 도전하고, 넷째 플랫폼과 마켓을 연결한다. 다섯째 지역문화와 관광을 융합하며, 여섯째 상업화와 수익분배 모델을 구축한다. 이 같은 로드맵을 치열하게 실행하고 성공할 경우 K-소리, K-pop 싱글 한 곡이 글로벌 히트(상위권 스트리밍)로 연결되면 직접 음원수익과 관광유입, 굿즈, 라이선스 등으로 연간 수십억 원 내지 수백억 원 수준의 경제 효과가 가능하다.
 
「AI기본법」에 ‘K-contents 국가전략산업화’
‘문화유산·콘텐츠 AI 이용의 원칙’을 명시해야
 
콘텐츠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AI기본법」에 ‘K-contents 국가전략산업화’와 ‘문화유산·콘텐츠 AI 이용의 원칙’을 명시해 정책의 법적 기반을 확보하고 중앙·지방의 권한·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① 문화유산 및 전통예술에 관한 고품질 데이터의 표준화·수집·아카이빙 및 안전한 공개·이용체계 구축. ② AI생성콘텐츠의 저작권·원저작자 보상체계 및 투명한 출처표시(크레딧) 기준 마련. ③ K-contents의 수출·해외프로모션·인프라(공연장·스튜디오) 확충을 위한 금융·세제·행정지원. ④ 문화적 다양성·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별도의 윤리기준·심의기구 설치.” 등을 규정해야 한다.

정부는 AI시대를 성공적으로 열어가기 위해 광역별 피지컬AI 지역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전북 전주시의 경우 피지컬AI 실증단지 조성에 이어 콘텐츠AI 실증단지 조성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전주시가 이 같은 도전에 나서는 것은 앞에서 본 것처럼 후백제 고도이자 조선왕조의 본향으로서 콘텐츠 자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추진하는 것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콘텐츠AI 산업화를 추진하는 전문가들은 콘텐츠AI 실증단지 조성에 앞서 파일럿 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K-소리가 K-pop으로 진화하며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같이 체계적으로 도전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월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AI시대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다.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일 년이 뒤처지겠지만,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됩니다.” 세계 열강들이 AI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는 상황에서 피지컬AI와 콘텐츠AI의 상호 융합적인 도약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이춘구 필자 주요 약력


△전 KBS 보도본부 기자△국민연금공단 감사△전 한국감사협회 부회장△전 한러대화(KRD) 언론사회분과위원회 위원△전 전라북도국제교류센터 전문 자문위원△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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