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식품업계 긴장…가격 동결 기조 속 원가 부담 누적

  • 1500원선 넘보는 환율에 식품업계 원가 부담 가중

  • 정부 물가 압박 속 가격 인상 대신 효율화로 버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 선에 근접하며 식품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산업 특성상 환율 상승은 곧바로 원가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가 강하게 유지되면서 업계는 가격 인상 대신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5원을 돌파하며 지난 4월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해제 기대감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며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식품업계의 고민이 커지는 대목이다. 

라면업계는 소맥분과 팜유, 대두 등 조달 단가가 연초보다 높아졌고, 제과업계도 코코아·설탕·버터 등 원료비 상승에 직면했다. 일부 품목은 국제 시세가 다소 안정세를 보였지만,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체감 원가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식품업계는 원부자재의 70~80%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제조원가가 즉각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제품 단가 인상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로 인해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 못하고 있다는 업체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오리온이나 삼양식품 등은 환차익 효과로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이 낮은 식품업계 특성상 내수 중심 기업들은 환율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환율이 급등했을 당시 일부 기업은 사업계획을 다시 세워야 할 만큼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가 강경하다는 점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이 식품 원재료 담합 여부와 가격 인상 사유를 조사하고 있고, 기획재정부 역시 '생활물가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주요 식품 브랜드의 가격 동향을 상시 점검 중이다. 업계로서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과 환율 영향으로 부담이 커지지만, 정부의 사실상 가격 동결 압박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식품 기업들이 연말 가격 조정 대신 경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생산라인 효율화를 위해 공장 내 AI 설비를 도입하는가 하면, 원부자재 공동구매 등 비용 절감 방안을 강화하며 내실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 이후 본격적인 가격 인상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곡물과 유지류 가격이 다시 반등할 경우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정부 기조를 지켜보며 상황을 관망하겠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결국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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