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운 메리츠·키움, 신용등급 'AA' 눈앞… 변수는 '우발채무·전산장애'

사진메리츠증권 본사
사진=메리츠증권 본사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이 나란히 신용등급 상향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자본력을 확보하며 신용평가사의 정기 리뷰 대상에 올랐다. 등급 상향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두 회사 내부 리스크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은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AA-' 등급을 받고 있다. 각각 2014년, 2015년 이후 약 10년간 이 등급을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향후 등급 상향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본력이 급증한 덕분이다. 현재 두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업계 평균을 뛰어넘는다. 6월 말 기준 메리츠증권은 7조609억원, 키움증권은 5조4386억원을 기록해 AA- 등급 9개 증권사 평균(약 2조8000억원)을 크게 상회한다. 현재 AA- 등급 중 자기자본 5조원 이상 증권사는 메리츠와 키움 뿐이다.

신용등급 상향 기대를 키우는 또 다른 이유는 실적 개선이다. 키움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 4089억원, 누적 기준 1조1426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조 클럽' 가입을 예고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6.1% 증가한 8681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3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메리츠증권도 안정적인 실적이 예상된다. 2018년 이후 연속으로 1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중이며,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규모는 6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키움증권 본사 전경 사진키움증권
서울 영등포구 소재 키움증권 본사 전경 [사진=키움증권]

두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도 개선 중이다. 키움증권은 기존 투자중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부동산금융·IB 부문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IB 수수료 수익은 200억원대에서 300억원대로 증가했고, 해당 부문 점유율도 6%를 넘어섰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와 메자닌 중심에서 리테일 강화를 추진 중이다. 대표 상품인 슈퍼365 계좌의 예탁금은 1년 만에 16배 늘어난 15조원을 돌파하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양사는 최근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인가도 신청한 상태다.
 
막판 변수는 내부 리스크다. 메리츠증권은 우발채무 관리가, 키움증권은 전산 시스템 신뢰 회복이 신용도 상향의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우선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 규모가 6월 말 기준 7조6633억원에 달한다. 이는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수치이며 2022년 말(4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다시 크게 늘었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진행한 홈플러스 대출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며 문제가 부각됐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측에 약 1조2000억원을 빌려줬지만, 회생 가능성과 담보 회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해당 채권은 고정이하자산으로 분류돼 있다. 메리츠 측은 담보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장기화 시 자산건전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만기가 도래한 해외부동산 7000억원 규모의 손실 가능성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은 "자기자본 규모를 감안하면 단기 건전성 훼손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 4월 주문체결 지연에 이어 11월 6일에도 미국 증시 하락 시간대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키움증권의 상반기 전산장애 관련 민원 건수는 1만2013건으로 업계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다.
 
구조적 원인이 문제로 꼽힌다. 키움증권은 전산 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모회사인 다우기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품질관리나 리스크 대응 속도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들 리스크가 해소돼야 본격적인 등급 상향 검토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우발채무나 전산 이슈는 일회성 사건이라기보다 시스템 관리 능력과 거버넌스에 대한 평가 요소"라며 "자본력과 실적만으로는 등급 상향이 결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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