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2일 구속되면서 국정원장직의 ‘수난사’가 다시 이어졌다. 정권 교체 때마다 정치 개입이나 불법 사찰 혐의로 법정에 서는 악순환이 60여 년째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영장실질심사 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전 원장은 내란특검 수사 대상 중 한 명으로, 비상계엄 시 국정원이 군의 불법 정보활동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구속으로 그는 1999년 국정원 재출범 이후 8번째로 구속된 정보기관장이 됐다.
국정원장들의 구속은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 제도화된 ‘정권 교체의 후유증’으로 평가된다. 1999년 이후 16명의 국정원장 중 절반이 구속됐고, 재판에 넘겨진 인물만 9명에 이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눈과 귀’로 불리던 정보기관이 권력에 휘둘린 대가를 치른 셈이다.
불법 감청과 특수활동비 상납, 여론조작, 정치사찰 등 혐의 유형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정권의 이해를 위해 정보를 왜곡·동원했다’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임동원·신건 전 원장은 불법 감청을 지시한 혐의로 2005년 구속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김성호 전 원장이 특활비 유용 혐의로,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각각 재판에 넘겨졌다. 원 전 원장은 이후 실형이 확정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이 잇따라 특활비 상납 사건으로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장들인 서훈·박지원 전 원장은 각각 탈북어민 강제북송,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에 구속된 조 전 원장까지 포함하면, 국정원장은 사실상 역대 정권마다 형사 절차의 당사자가 된 셈이다.
정보기관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국정원은 1961년 중앙정보부로 출발해 국가안전기획부를 거쳐 지금의 체계로 이어졌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충성’과 ‘정보의 독립성’ 사이에서 균형을 잃어왔다. 문재인 정부 이후 국내 정치정보 수집 기능이 폐지됐음에도, 정권의 이해에 따라 조직이 다시 동원되는 악순환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원장이 권력의 방패나 칼로 쓰일 때마다 정권이 끝나면 같은 방식으로 단죄받았다”며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여전히 제도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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