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보수환수 제도'(클로백·clawback)나 개별 임원의 성과급 지급 공시 대상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금융사고가 늘어나는데도 금융사의 성과급 잔치가 도를 지나쳤다는 문제 의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실적에 따른 성과급은 챙기고, 사고로 인한 손실은 사회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금융권 성과 보수 체계의 전면 개편에 착수한 것이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은행의 임원 성과급은 총 142억원으로, 1인당 3억1521만원을 받았다. 이는 2023년(총 91억원, 1인당 2억2131만원)과 비교하면 42% 늘어난 규모다.
다른 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임원 성과급은 1인당 1억2040만원으로 1년 전(7120만원)보다 69% 늘어났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전체 임직원 성과급이 각각 1480억원, 1077억원 수준이었다.
은행 성과급이 늘어나는 동안 금융사고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8월 4대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건수는 74건, 사고 금액은 197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62건·1368억원)보다 건수는 19.4%, 금액은 44.2%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도 지난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4대 시중은행 임원이 금융사고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서는 재무제표가 오류 또는 부정 등으로 인해 정정되는 경우 기지급된 성과 보수는 정정 내용을 반영해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요 금융사들은 이에 맞춰 내부 보수 규정에 클로백 조항을 마련해 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금융회사 내규에 조정·환수 사유나 절차가 불명확한 부분이 많아 조정·환수까지 이뤄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성과급을 환수하더라도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반납하는 것이 아니라 추후 주기로 약속한 성과급을 취소하거나 삭감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작년 금융권 전체 성과보수 환수액은 9000만원에 불과했다. 성과급 총액(1조원)의 0.009% 수준이다.
현재 금융권의 보수 결정 구조는 경영진 내부 판단에 지나치게 좌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주주총회에서는 개별 임원의 보수가 아닌, 이사의 급여 총액만 의결하기 때문에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책임 임원의 정확한 보수 산정 과정을 확인할 수 없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과도한 임원 보수를 직·간접적으로 제재할 다양한 규제가 명문화돼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에 따라 상장사에 성과급 환수 규정을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근거 규정을 바탕으로 미국 JP모건은 2012년 파생상품 투자손실 58억 달러의 책임이 있는 직원들의 2년치 보수를 환수했다.
개별 임원의 보수 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심의 받도록 하는 제도도 이미 시행 중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주요 임원의 보수를 주총에서 보고하고 주주들이 이 안건에 반대하면 표결에 나설 수 있다. 대표이사를 포함해 개별 인사에 대한 보수를 직접적으로 조정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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