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2023.11.30[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편향된 기대 심리가 경기 둔화에도 수도권 집값이 상승세를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과도하게 형성되지 않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11일 한국은행은 'BOK 경제연구: 진단적 기대를 반영한 주택시장 DSGE모형 구축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주택수요는 경기 상황보다 미래 주택가격에 대한 경제주체의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전통적 연구에서는 주택시장 참가자들의 기대 형성 방식과 관련해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를 가정했지만, 최근 주요 해외 연구들은 이러한 가설이 주택가격 변동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해왔다.
한은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활용해 국내 주택시장 참가자들의 기대 형성 방식을 검증한 결과, 실제로 합리적 기대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주택가격이 상승에서 하락으로 전환되는 시기에도 경제주체들은 상당 기간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표=한국은행]
이에 한은은 주택가격 변동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진단적 기대(diagnostic expectation)'를 반영한 거시경제모형을 구축했다. 진단적 기대란 경제주체가 과거나 최근의 뉴스·기억을 선택적으로 회상해, 경제여건 변화와 무관하게 '집값이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 믿는 편향된 기대를 형성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 모형으로 금리 인하 충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진단적 기대가 반영된 경우에는 합리적 기대보다 주택가격 상승폭이 더 크고 성장률 상승 효과는 더 작게 나타났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을 때 8분기(2년) 후 주택가격은 합리적 기대보다 약 56% 더 높게 오르는 반면, 국내총생산(GDP)·투자·소비 증가율은 8~10% 정도 낮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진단적 기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과도하게 형성되지 않도록 주택시장 대책을 일관성 있게 지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부진에 대응한 통화정책 완화 시에는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가 긴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