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진해운 파산 사태 이후 9년 만에 한국 해운 업계의 숙원이었던 물류 정상화가 이뤄졌다. 11월에 들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이 전 세계에서 8번째로 선복량(운항선단) 100만TEU(20피트 컨테이너 환산)를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HMM은 지속해서 컨테이너 선단을 확대해 대만 에버그린, 일본 ONE 등과 점유율 격차를 좁히면서 벌크선을 확충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10일 프랑스 해운·조선 분석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HMM의 선복량은 101만6180TEU로 집계되며 창사 이래 최초로 100만TEU를 돌파했다. 전체 선복량에서 사선은 70척(82만2668TEU), 용선(임차 선박)은 25척(19만3512TEU)으로 집계됐다.
해운업계에서 100만TEU를 의미 있는 수치로 보는 이유는 2016년 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HMM)의 합산 선복량이 100만TEU 내외였기 때문이다. 해운업 다운턴(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60만TEU 내외였던 선복량은 30만TEU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이어 회사가 최종 파산하면서 해당 물동량은 해외 해운사로 넘어갔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파산 위기에 몰린 현대상선을 지원한 명분도 한국 해운업 재건에 있다. 현대상선은 HMM으로 이름을 바꾼 후 지속해서 컨테이너 선단을 확충하며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0년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인 'HMM 알헤라시스(2만4000TEU)'를 인도받은 후 1년에 걸쳐 동급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6000TEU급 8척 등 총 20척의 초대형 선박을 도입한 것이다.
12척 모두 해운업계 탄소중립에 대비해 '액화천연가스(LNG) 레디' 구조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인도받을 당시에는 중유(벙커C)로 운항했지만 LNG도 연료로 겸용할 수 있다. 현재 미주, 유럽 등 HMM 주력 노선에 투입해 운항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2020년 초 39만TEU였던 HMM 선복량은 18개월 후인 2021년 6월 81만TEU로 2배 이상 늘어났다. 2016년 17위였던 선복량 순위도 8위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HMM은 2022년까지 선복량 100만TEU를 달성하겠다며 한진해운의 공백을 채우는 글로벌 해운사로 도약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팬데믹 종료 후 해운 운임이 급락하면서 선복량 확대는 약 3년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HMM은 지난해 초부터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과 9000TEU급 9척을 순차적으로 인도받으며 선복량 확대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HMM 컨테이너 선단의 특징은 사선 비중이 글로벌 선사 평균보다 크게 높고, 1만TEU급 이상 친환경(LNG·메탄올) 선박 중심으로 선단을 꾸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탄소배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에 있다.
글로벌 10위권 해운사들은 팬데믹과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가 종료되면서 해상 운임이 하락, 다운턴이 올 것으로 예측하고 불황을 견디기 위한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에 많은 해운사가 선복량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용선 비중 확대를 택했다.
일례로 11월 기준 MSC, 머스크, CMA CGM, 코스코, 하팍로이드 등 5대 해운사의 용선 비중은 39%에 달한다. 빠르게 선복량 확대를 꾀하고 있는 ONE과 양밍의 용선 비중은 53~54%로 집계되며 보유한 선박보다 빌린 선박이 더 많을 정도다.
반면 HMM의 용선 비중은 19%로 다른 10대 해운사와 비교해 크게 낮다. 국적선사로서 해양 수출입 중계자 역할을 하면서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J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 상선 매출 확대에 기여하려는 대주주(산은·해진공)의 전략이 후방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00TEU급 피더 컨테이너선 도입에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HMM은 과거 실패를 경험했던 '대마불사(大馬不死)' 대신 2030년까지 약 23조5000억원을 투자해 벌크선대를 36척(용선 선박 제외)에서 110척까지 3배 확충하며 내실을 다지는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장기계약으로 안정적인 매출·영업이익을 확보해 해운 시황 악화를 견디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해운 업계에선 HMM이 실제 보유한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100만TEU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본다. 알파라이너는 1년 미만 단기용선까지 집계해서 선복량을 발표하는데, 회사 측은 사선과 1년 이상 장기용선만을 선복량으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다만 HMM이 내년 HD현대삼호와 HJ중공업으로부터 9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순차 인도받을 예정인 만큼 사선·장기용선 선복량 100만TEU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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