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재판이 지난 7일 열렸다.
5·18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는 이날 피해자와 가족 17명(성폭력 피해 생존자 14명과 가족 3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변론 공판을 앞두고, 같은 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엔 피해자와 연대단체, 예술인 등 100여 명이 함께 했다.
이번 소송은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 조사위)가 2023년 12월, 5월 민주화운동 성폭력 사건을 놓고 국가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하는 법적 절차다. 5·18 당시 1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었던 성폭력 피해자들은 조사위 조사 과정에서 2020년 계엄군으로부터 구타·성범죄 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5·18 성폭력 피해자들은 5·18 당시 자신과 비슷한 성폭력 당한 여러 피해자의 존재를 알게 돼 지난해 8월 열매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김복희 열매 대표는 "오늘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며 "개인적 감정이 아닌 헌법과 법의 이름으로 여기에 섰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요구는 단순하다"며 "국가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법 앞에서 명확히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몸이 역사의 현장이자 진실의 증거다"고 했다.
김 대표의 발언이 끝나고 연이어 5·18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발언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열매 회원 몇몇이 오열했다.
열매의 법률대리인 하주희 변호사는 "원고들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얼어붙었다"며 "다시는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누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같은 달 12일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엄군이 소속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엔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며 "일련의 (성폭력) 과정이 군부의 지시하에 통제돼 대한민국의 책임이 있음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엔 2018년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에 나섰던 서지현 검사도 함께했다.
그는 "5·18 성폭력 피해자들이 제 미투를 보고 용기를 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많이 울었다"며 "저야말로 이분들에게 큰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이렇게 우뚝 선 이들의 모습이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5·18 성폭력 피해자 이연순 씨는 “5·18 성폭력 관련해 진상규명이 밝혀지고 배상과 보상받는 날까지 앞으로 더 열심히 힘을 내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앞서 5·18 조사위는 계엄군의 성폭력 등이 의심되는 사건 19건을 조사한 뒤 신빙성이 부족한 3건을 제외하고 16건을 진상규명으로 결정했다. 해당 내용은 2018년 국가인권위·여성가족부·국방부가 공동으로 구성한 5·18 성폭력 공동조사단의 조사에서 처음 공식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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