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항암제 '탁소텔' 인수… LBA 전략 선회 속내는?

  • 사노피서 2900억원에 사들여

  • 아시아·유럽·남미 등에 유통

김정균 보령 대표 사진보령
김정균 보령 대표. [사진=보령]


보령이 특허 만료 의약품을 인수해 직접 생산·판매하는 '레거시 브랜드 인수(LBA)' 전략에 변화를 줬다. 글로벌 빅파마인 사노피의 세포독성 항암제 '탁소텔(성분명·도세탁셀)' 글로벌 사업권을 1억7500만 유로(약 2878억원)에 인수하면서다. 국내 권리 인수에 한정됐던 기존 LBA 전략과 달리 한국·중국·독일·스페인을 포함한 19개국과 남미,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서 탁소텔을 직접 유통·판매할 예정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주력 품목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파마사르틴)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리스크 상쇄를 위해 LBA 전략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다. 신약 개발보다 짧은 기간 안에 매출이 검증된 오리지널 품목을 확보해 수익성 강화에 나서기 위해서다.

2020년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일라이릴리의 항암제 '젬자'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듬해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 확보에 3200만 달러, 2022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림타' 인수에 7000만 달러 등 오리지널 의약품의 국내 권리를 순차적으로 확보했다. 현재 3개 품목 모두 충남 예산캠퍼스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번 탁소텔 인수는 LBA 전략의 첫 글로벌 사업 진출 사례다. 국내로 한정돼 있던 사업 범위를 넘어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위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허가 절차를 거쳐 예산캠퍼스에서 탁소텔을 생산해 직접 해외 각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보령의 LBA 전략은 수익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보령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800억원, 영업이익은 29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3.3%, 51.3% 증가했다. 생산 내재화와 핵심 전략품목 중심 포트폴리오가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LBA 품목의 자사 생산 전환은 올해 2분기에 대부분 완료했다. 자체 생산 전환 뒤 원가 절감과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젬자 매출은 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 증가했고, 자이프렉사는 7% 오르며 자사 생산 전환 후 역대 최대 분기 매출 달성했다.

반면 알림타는 지난해 3분기 195억원에서 올해 73억원으로 62.7% 감소했다. 보령 측은 "지난해 자사 생산 전환에 따른 재고 조정으로 매출이 줄었지만, 직전 분기 중순부터 전환이 완료돼 이번 분기에는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특허가 만료된 탁소텔을 2900억원에 인수한 점을 두고 가격이 높다는 시선도 있다. 보령 측은 LBA 인수는 통상 연매출의 약 3배 수준에서 결정된다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수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탁소텔의 글로벌 매출이 약 1100억원 규모다. 

보령은 국내 항암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탁소텔 인수까지 LBA로 확보한 품목 대부분이 항암제인 것도 보령이 본래 항암 분야에서 강점을 지녀온 영향이다. 다만 향후 LBA 전략 자체는 항암제에 국한하지 않을 방침이다.

보령 관계자는 "세포독성 항암제는 오래된 약물이지만 여전히 병용요법 중심의 수요가 꾸준한만큼 탁소텔 인수를 글로벌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매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품목, 즉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와 브랜드 가치가 유지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선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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