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미국 밖으로 수출하지 않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지난달 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26만장의 최신형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겠다고 한 약속과 정면 배치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CBS '60분'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최첨단 반도체들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허락할 것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첨단 반도체는 미국 말고는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중국)이 엔비디아와 거래하게 하겠다"라면서도 "최첨단(칩) 문제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엔비디아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면서 "최첨단 기술은 미국 외에는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등 최첨단 AI GPU의 수출을 통제해 미국 내수용으로만 제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가 '미국 외에는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표한 데에서 중국 외에 한국 등 동맹국도 포함된 구상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젠슨 황 CEO가 지난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차 방한해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등 한국 기업에 총 26만장의 GPU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상충할 수 있다. 엔비디아가 공급키로 한 GPU 대부분은 'GB200 그레이스 블랙웰'이고, 'RTX 6000 시리즈'가 일부 포함된 최첨단 제품이다.
업계에선 발언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약속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전체 AI GPU 수량이 6만5000개 정도인데, 엔비디아가 약속한 물량이 26만개여서 취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에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GPU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을 허용했다는 점도 설득력을 더한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AI GPU 수출 허용을 또 다른 협상 카드를 내밀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 압박 카드로 AI GPU 수출 규제를 시행 중이며, 동맹국인 한국·대만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자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도 오는 12월 31일 전격 폐지한다.
자국 중심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선 동맹국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지난달 29일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뒤에도 반도체 관세는 합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도 찝찝함을 더한다. 젠슨 황 CEO의 '26만장 약속'을 모를 리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이 끝나자마자 뒷말을 흐리는 것도 우려를 더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 외 국가에도 적용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메시지로 볼 수 있다"며 "한국과의 반도체 관세 협상, 앞으로 계속될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두고 AI GPU 수출 허용 여부를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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