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리포트] '메타버스 붐' 3년 만에 몰락…주가는 10분의 1 토막

  • 정책·기대감에 폭등했던 메타버스株, 실적 부진·금리 인상에 급랭

메타버스 테마주 주가 추이
메타버스 테마주 주가 추이
지난 2021년 하반기 국내 증시를 휩쓴 테마는 '메타버스'였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며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정부도 'K-메타버스' 육성 전략을 내놓으면서 테마주들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흡사 광풍과도 같았다. 1년새 1500% 넘게 뛴 종목도 있었다. 그러나 메타버스 테마주는 3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실적 부진 등으로 거품이 빠지자 해당 종목 주가는 고점 대비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타버스 대표 테마주인 위메이드맥스는 2021년 한 해 동안 주가가 1502.76% 뛰며 코스닥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해 12월 3일 주가는 5만8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이달 24일 종가는 6970원으로 고점 대비 88% 하락했다. 거래량도 2021년 12월 일평균 163만주에서 이달 4만주로 쪼그라들었다. 

또 다른 테마주 자이언트스텝은 메타휴먼과 확장현실(XR) 콘텐츠 제작 역량으로 주목받았다. 이 회사 주가도 지난 2021년 11월 18일 최고점 7만995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현재는 5660원에 머물러 있다. 

위지윅스튜디오도 지난 2020년 정부의 XR 메타버스 프로젝트에 참여해 메타버스 관련주로 묶인 대표주다. 그러다 2021년 12월 1일 메타버스 광풍에 힘 입어 1만2313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하락세를 타다 현재는 830원으로 추락했다. 

메타버스 ETF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2021년 10월 13일 하루에만 'KBSTAR iSelect메타버스', 'HANARO Fn K-메타버스MZ', 'TIGER Fn메타버스', 'KODEX K-메타버스액티브' 등 4종이 동시에 상장됐고, 연말에는 글로벌 메타버스 ETF까지 쏟아졌다. 그러나 2022년 중반부터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금이 빠져나가, 당시 11개였던 메타버스 ETF는 현재 4개만 남았다.

남은 ETF의 순자산 규모도 초라하다. 'HANARO Fn K-메타버스MZ'는 58억원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고, 'KODEX 메타버스액티브'는 977억원, 'RISE 메타버스' 1078억원, 'TIGER Fn메타버스'는 799억원 수준이다. 한때 메타버스 열풍의 상징이던 'KODEX 차이나메타버스액티브'는 올해 3월 '차이나AI테크액티브'로 이름을 바꾸면서 사실상 테마에서 이탈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1년은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였다. 저금리 환경 속에서 페이스북이 '메타(Meta)'로 사명을 변경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의 가상세계 투자 발표가 이어지자, 시장에서는 '메타버스가 차세대 인터넷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고, SKT·네이버·카카오 등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테마가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게임·콘텐츠·광고 관련주 대부분이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만 붙으면 주가가 급등하던 시기였다.

열풍은 2022년 들어 빠르게 식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로 자금이 빠져나가자 성장주 중심의 테마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 이용자 수가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VR 사업 적자가 누적되자 관련 산업 전반의 기대감이 꺼졌다. 디센트럴랜드, 로블록스 등 글로벌 플랫폼도 이용자 부진과 수익성 한계로 주가가 반토막 났다.

국내 기업들 역시 메타버스 매출 비중이 극히 낮아, 기대감만으로 형성된 밸류에이션을 지탱하지 못했다. 이후 실적 악화와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투자금은 빠르게 이탈했다.

일부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자이언트스텝은 광고·브랜딩 사업을 강화하고, 위지윅스튜디오는 몰입형 전시·뉴미디어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그러나 주가는 여전히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메타버스 열풍은 정책 기대와 유동성이 만든 단기 과열이었지만, 산업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AI·XR 기술 발전과 맞물려 일부 기업은 다시 기회를 맞을 수 있지만, 특정 테마에만 기대는 투자는 여전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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