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 붕괴로 인한 일본 내 혼란이 일본 외교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을 조율해 왔지만 정권의 향방이 불투명해지면서 진전이 멈춘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4일, 일본에서 총리가 결정되지 않고 있어 이달 말부터 11월에 걸쳐 예정된 외교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일본에서는 집권 자민당 총재가 선출되면 수일 내에 국회에서 총리 지명선거를 열어 자민당 총재를 총리로 선출하는 절차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면에 공명당의 연립 이탈로 인해 자민당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아니게 됐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곳이 바로 외무성이다. 일본 외교가 안팎에서는 "정상급 외교 일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에게 해야 할지,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에게 해야 할지, 떠오르는 총리 후보인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에게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다.
자민당은 다카이치 총재가 이끌 새 내각을 준비하고 있지만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자민·공명 연립 붕괴를 기회로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단일화를 호소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다마키 대표가 총리직을 넘보고 있다.
당장 이달 26일부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 방문에 맞춰 28일께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다. 또한 31일부터 11월 1일까지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 시 주석 등을 비롯해 주요국 정상 간 만남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당초 다카이치 신임 총재가 총리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한 외무성은 8일에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차관이 다카이치 총재에게 10월 말부터 시작되는 외교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현재로선 누가 총리가 될지 알 수 없는 데다 20일 이후로 예정된 총리 지명 선거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외무성은 회담 상대국과의 당국 간 조율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일본 정치권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를 상대하거나 경주에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1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일본 측에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외무성은 미·일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예정대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는 아직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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