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고전했던 삼성전자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인공지능(AI) 호황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올해 3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 80조원을 돌파했다. 재계 맏형으로서의 영향력 회복이 기대되는 가운데 취임 3주년을 맞은 이재용 회장의 '뉴 삼성' 비전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12조1000억원의 깜짝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사업이 최대 6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며 되살아난 영향이다.
삼성전자가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사법 리스크' 족쇄를 벗은 이재용 회장도 리더십 강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17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연이어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등 경영 광폭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특히 지난 8월 약 2주간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내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고 전해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삼성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국내외를 종횡무진 누빈 이 회장은 빅테크와의 연이은 수주 계약도 성사시켰다. 지난 7월 말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차세대 칩 'AI6'를 생산하는 약 23조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8월에는 애플에 이미지센서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 1일 이 회장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하고 700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초거대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고성능·저전력 메모리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내용의 협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4분기 전망도 밝다.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2600의 양산, 파운드리 부문 추가 수주 가능성 등 호재가 예상돼서다. 최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3E 품질 테스트를 사실상 통과하고 납품 물량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에는 6세대 HBM(HBM4) 매출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오는 27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이달 20일과 24일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5주기를 맞아 추모 음악회와 추도식이 각각 예정돼 있다.
재계에선 '승어부(承於父·아버지를 잇는다)' 실현을 위해 프랑크푸르트 선언처럼 새로운 도전을 촉구하는 '뉴 삼성' 경영 선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법 리스크에 벗어난 데 이어 실적 반등 모멘텀까지 확인한 현 시점이 대내외적으로 새로운 메시지를 내기에 적기라는 시각이다. 특히 연말 조직 개편 및 인적 쇄신을 계기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제도를 전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상 체계 개편은 향후 3년간 주가 상승 폭에 따라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 회장의 '미래 동행' 철학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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