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방부가 방산업체에 미사일 생산율을 2배 또는 4배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무기 비축량이 향후 충돌 상황에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수품 생산 촉진 위원회'를 구성하고 6월부터 미사일 제조사들과 회의를 열어 증산 방안을 압박해왔다. 스티븐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도 기업 고위 임원들과 매주 직접 통화하며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회의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이 참석했으며 록히드 마틴·레이시온 등 주요 방산업체들과 함께 인공지능(AI) 방산기업 안두릴 등 신규 업체들, 로켓 추진체·배터리 등 중요 부품 제조사들도 소집됐다.
국방부는 업체들에 향후 6개월·18개월·24개월 동안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최대 2.5배까지 확대하는 구체적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민간 자본 유치 방안과 타 제조사에 기술 라이선스를 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요청했다.
위원회는 패트리엇 미사일, 장거리 대함 미사일(LRASM), SM-6 미사일, 프리즘(PrSM) 미사일, 합동공대지장거리미사일(JASSM) 등 12종의 주요 미사일 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엇은 수요 급증으로 가장 시급한 최우선 대상이다.
미 육군은 2024∼2026 회계연도에 걸쳐 약 100억 달러(14조원)를 지급하기로 하고 PAC-3 패트리엇 미사일 약 2000기를 발주했다. 국방부는 공급업체들이 궁극적으로 매년 동일한 수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생산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생산량의 4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은 군사력 확대와 군수품 생산 촉진을 위해 특별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번 노력은 방산업계 리더들과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의 협력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WSJ은 정부의 증산 목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미사일 1기 생산에는 2년이 소요되고 새 공급업체의 안전성·신뢰성 시험과 인증에도 수개월간 수억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산 문제도 걸림돌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5년간 군수품 보급을 위해 250억 달러(약 35조원)를 추가 지원하는 감세법안에 지난 7월 서명했으나, 전문가들은 국방부의 공격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수백억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방산업체들은 생산라인 확충, 인력 증원, 부품 재고 확보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정부의 확실한 자금 지원 없이 대규모 투자를 선뜻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록히드 마틴과 레이시온 등 방산업체들은 잠재적 수요 급증에 대비해 인력을 늘리고 작업 구역을 확장하고 예비 부품의 재고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레이시온 모회사 RTX의 크리스토퍼 칼리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3일 국방부에 보낸 서한에서 증산을 위해 국방부와 협력할 준비는 됐지만, 국방부의 군수품 추가 구매를 위한 자금과 확약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고 WSJ은 입수한 서한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기 생산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요격 미사일 사용량이 급증했지만 신규 발주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최근 이스라엘-이란 충돌에서도 고성능 미사일이 대량 소모돼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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