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단행한 대규모 개편이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리뷰에는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비판이 속출했고,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라인이나 텔레그램 같은 대체 메신저로 옮기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28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와 사용자 경험(UX) 분석 기업 피엑스디에 따르면, 카카오톡이 업데이트된 23일 하루 동안 양대 앱 마켓에 올라온 리뷰 1000건을 분석한 결과 42%가 “업데이트 전반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사용자환경(UI)·디자인 불만 19% △친구 목록·프로필 관련 불만 10% △광고 노출 불만 6% 순으로 나타났다.
불만의 핵심은 카카오톡이 본래의 정체성인 ‘메신저 기능’에서 벗어나 과도하게 소셜미디어적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이번 개편으로 단순 목록형이던 기존 친구탭이 피드 형태로 바뀌었다.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방식이다.
친구가 최근 업데이트한 사진이나 상태 메시지가 최근 게시물처럼 나열되고, 친구를 찾으려면 홈 탭에서 한번 더 클릭을 거쳐야만 친구 목록을 볼 수 있다. 사용자들은 “업무 연락처까지 사적 게시물처럼 노출돼 불편하다”, “전화번호부 같은 심플한 구조가 사라졌다”고 호소했다.
광고 노출 확대도 논란거리다. 개편된 친구탭에는 프로필 변동 내역과 동일한 크기의 광고가 노출되도록 설계됐다. 리뷰에서는 “숏폼 영상을 보지 않는데도 강제로 탭에 들어왔다”, “친구 소식과 광고가 한 화면에 섞여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업데이트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견이 전체 리뷰의 15%, “다른 메신저로 옮기겠다”는 언급이 4%를 차지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일부 있었다. 24시간 내 메시지 편집, 채팅방 폴더화, 인공지능(AI) 요약 기능 등은 사용자들이 꾸준히 요청해온 기능으로, “뒤늦게라도 반영돼 다행”이라는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호평은 전체 반응의 소수에 그쳤다.
악화된 여론은 카카오 주가에도 반영됐다. 개편안 발표 직후인 26일 카카오 주가는 장중 6% 넘게 급락하며 6만원선이 붕괴됐다. 지난 22일 발표 직전과 비교하면 나흘 만에 12% 이상 빠졌다. 투자업계에서는 광고 매출 확대라는 긍정적 전망과, 사용자 이탈이 현실화될 경우 ‘서비스 신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맞서고 있다.
업계에선 특히 ‘친구탭 개편’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톡은 향후 월 단위 업데이트에서 이용자 반응을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대체 메신저 이동 가능성이 언급되는 만큼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국내 메신저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이용자 불만이 장기간 누적될 경우 네트워크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며 “이번 개편은 단순 기능 변경이 아니라 카카오톡 정체성에 대한 이용자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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