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외계층은 뒷전…은행권도 등 돌린 '주 4.5일제'

  •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서 3년 만에 대규모 파업 집회

금융노조가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금융노조가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 4.5일제 도입'을 내세우며 3년 만에 광화문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노조 내부에서 "4.5일제는 시기상조"라는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실제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단축으로 인한 금융 소외 등 문제를 해결할 대안 없이 일방적인 파업만 지속한다면 여론은 물론 은행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26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을 벌였다. 금융노조는 지난 3월 △임금 3.9% 인상 △주 4.5일제 도입 △신입사원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이 포함된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을 제출하고 금융산업사용자협회와 38차례 만나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들은 이른 오전부터 일찌감치 모여 세종대로 한복판을 가득 채웠다. 길 한쪽에는 지부별 부스도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다만 이날 조합원 8만명이 참가할 거라는 노조의 예상과 달리 경찰 비공식 추산 8000명이 모이는 데 그쳤다. 

KB국민은행에서는 100명이 채 되지 않는 노조 보직 등 직원이 참여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하나은행에서도 50명 남짓만 파업에 동참했다. 이는 전체 노조원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우리은행에서는 약 150명, NH농협은행은 50명만 참여했다. 

지방은행과 국책은행의 참여율은 비교적 높았다. iM뱅크와 부산은행은 조합원 4분의1 이상이 동참했다. 금융노조위원장이 속한 기업은행의 경우 노조원의 15.7%인 1477명이 참여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영업점 운영에 지장이 적은 국책은행과 지방은행에선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노조가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금융노조가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이처럼 파업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4.5일제 등 금융노조가 내세운 파업 명분이 여론은 물론 은행원들 사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은행 영업점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다. 금융노조는 영업점 근무시간을 월~목요일 오후 4시 30분으로 늘리는 대신 금요일은 오전까지만 근무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4.5일제로 파업을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중장기적으로 소비자가 은행을 가지 않게 되면 은행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4.5일제를 추진하기도 전에 굳이 노조가 앞장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결국 연말 노조 선거 때문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연봉으로 손꼽히는 금융사무직 노조가 금융 공공성을 훼손하려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파업 참여율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앱 시스템 등을 먼저 개발한 뒤 주 4.5일제 도입을 얘기해야 공감대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을 두고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연봉 1억원 이상 받는 은행원이 근무일을 단축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공감할 사안인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극소수 직원만 파업에 참여하면서 은행 모든 영업점은 정상 운영 중이다. 금융노조는 경고 차원에서 이날 하루만 파업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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