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반(反)파시즘·반인종주의 좌파 운동인 '안티파'(Antifa)를 '국내 테러 단체'로 공식 지정했다. '친(親)트럼프' 우파 활동가였던 찰리 커크 추모식 이후 하루 만에 나온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 좌파 척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안티파를 "미국 정부와 법 집행기관, 우리의 법치 시스템의 전복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군사주의·무정부주의 단체"라며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그는 모든 행정부처와 기관에 안티파 관련 불법 활동을 조사·방해·해체하라고 지시하고 자금 지원자까지 수사·기소 대상에 포함하도록 명령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수년간 ICE 요원 및 시설들을 공격했다며 이들 공격이 안티파 급진주의자 등에 의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찰리 커크 암살 사건뿐 아니라 지난해 대선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2차례의 암살 시도 등을 언급하며, "지금은 도덕적 비겁함, 우유부단함 혹은 이것이 급진 좌파 폭력의 유행병이라고 부르지 못할 용기 부족이 아니라 두려움 없는 용감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안티파가 테러단체로 지정되면 정부는 은행에 소환장을 발부해 송금 내역과 국내외 자금 출처를 조사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커크 피살 사건과 안티파의 직접 연관성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극단주의자들을 추적하는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안티파를 “집단, 네트워크, 개인의 느슨한 모임으로 구성된 분권화되고 지도자가 없는 운동”이라며 일부 폭력 사례는 있지만 일반적 현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조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법적 근거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 법률에는 국내 단체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제도가 없고 이는 표현의 자유(제1수정헌법)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도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려는 시도가 최소 두 차례 있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급진 좌파 폭력의 유행병에 맞선 용기 있는 리더십”이라며 보수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이 좌파 단체 전반을 억압하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커크의 죽음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의 추모식에서 "부흥회 같다"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커크를 예수·모세·순교자 스데반에 비유하며 기렸다. 일부는 십자가를 들고 "무릎 꿇느니 서서 죽자", "두려워하지 말자"는 구호를 외쳤고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연사에서 "싸우자"를 연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태를 "선과 악의 전투"로 규정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며 커크의 추모식이 "종교 전쟁 이미지"로 그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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