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정관 산업부 장관에 이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까지 미국 통상당국과 관세 관련 연쇄 회담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번 협상을 계기로 50%의 고율 관세 완화가 이뤄지길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재는 최대 50%에 달하는 관세 부담이 현실화한 상태다.
업계의 관세 타격은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6% 줄었고 수출량도 19만4000t으로 감소해 1년 반 만에 20만t 아래로 떨어졌다. 대한상의가 올해 2분기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의 관세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철강 관세액은 무려 2.9억 달러(약 4060억원)로 전체 관세액의 8.8%를 차지했다. 이는 자동차·기계·전자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다만 해당 지원책을 두고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원책에 대한 혜택이 일부 대기업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크고, 담보 부담이 결국 기업 몫으로 돌아가 경영 부담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내부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한계다. 정부와 협상을 주도해야 할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는 최근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업계를 대변하는 데 소극적이고, 업계 2위 사업자인 현대제철은 그룹 차원에서 현대차 관련 현안을 우선시해 철강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미래 시장으로 점찍어놨던 인도와 유럽연합(EU) 등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고강도 대책 발표를 예고해 한국 철강업계의 숨통은 더욱 조여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인도·EU마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면 사실상 살길을 모색할 방법이 없다"며 "철강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 현지에 제철소를 짓기 전까지는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번지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철강업계가 체감하는 위기는 '관세 장벽'과 '정책 지원 부재'가 겹친 구조적 문제"라며 "업계는 관세 인하와 수출 다변화가 동시에 뒷받침돼야만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데 관련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철강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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