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10월 1~8일) 연휴와 오는 29일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 무비자 입국이 8년 만에 허용돼 면세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긴 침체에 빠졌던 면세업계로서는 반전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관광객 쇼핑 패턴이 과거와 달라져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16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시장 규모는14조2249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4조8586억원)과 비교하면 10조원 이상 축소된 셈이다.
이달 말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앞두고 주요 면세점들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명동점 11층을 디저트·전통식품·패션·K팝 상품 등 100여개 브랜드를 모은 복합 공간으로 새 단장했고, 롯데면세점은 지난 10~12일 남궁표 마케팅부문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가 중국 광저우와 칭다오를 찾아 현지 여행사·주요 파트너사 30여곳을 접촉했다.
기대감 속에서도 불안은 상존한다. 공항 면세점 임대료 산정 방식 때문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여객 수 연동형’으로, 공항 이용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결정된다. 신라는 1인당 8987원, 신세계는 9020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인천공항 출국객은 3531만명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문제는 객단가 하락이다. 소비가 온라인 면세점이나 헬스앤뷰티(H&B) 채널로 분산돼 공항 면세점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면세점 매출은 9199억4652만원으로, 전년 동월 1조65억268만원보다 8.6%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구매 인원은 236만3113명에서 258만339명으로 9.2% 늘었다. 즉 1인당 면세 구매액은 42만6000원에서 35만6000원으로 16.4% 감소한 셈이다. 여객 수는 늘었지만, 지갑을 여는 규모는 줄어 임대료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올리브영N 성수 2층 '컬러 메이크업' 공간에서 소비자들이 색조 브랜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홍승완 기자]
소비 트렌드 변화도 변수다. 과거 유커들이 명품이나 고가품 위주로 소비했다면 최근에는 K패션과 잡화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5년 1분기 외래관광객 조사를 보면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은 쇼핑 공간은 로드숍(49.4%)으로, 대형 쇼핑몰(37.5%)이나 시내 면세점(25.5%)을 앞섰다.
특히 ‘올무다’(CJ올리브영·무신사·다이소)가 K-쇼핑 명소로 떠올라 면세점보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올리브영의 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매장 외국인 매출 비중은 26.4%를 기록했고, 무신사는 7월 기준 외국인 거래액의 27%를 중국인이 차지했다. 다이소 역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결제액이 50% 이상 증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한국 유통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문했지만,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유행을 파악한 뒤 입국하다 보니 면세점보다 로드숍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며 "기존의 뻔한 상품 구색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험형 콘텐츠와 차별화된 상품 구색으로 '로드숍에 가지 않아도 면세점에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인식을 관광객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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