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의 위법성 여부를 신속히 심리하기로 하면서 이르면 연내 최종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9일(현지시간)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상호관세 소송을 심리하기로 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대로 패스트트랙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와 원고 측은 오는 19일까지 서면 진술서를 제출해야 하며, 첫 구두 변론은 11월 첫 주에 열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내 최종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주로 적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 수단으로 활용돼 왔으며, 이를 관세 부과에 적용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앞서 2심 격인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지난달 29일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 규제 권한을 부여하긴 하지만, 행정명령을 통해 관세를 직접 부과할 권한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며 상호관세를 무효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심리가 시작되면서 2심 판결의 효력은 정지돼 현재 부과된 관세는 유지된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에 국한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자동차·철강 등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는 이번 소송과 무관하다.
대법원이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IEEPA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관세 부과 수단은 여전히 존재한다. 무역법 301조·122조와 관세법 338조 등이 그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환급액이 최대 1조 달러(약 139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주 대법원 제출 문서에서 “패소 시 환급 규모가 7500억~1조 달러에 달할 수 있다”며 “이들 관세를 철회하면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CNBC가 전했다. 이는 지난 4월 2일 상호관세율이 발표된 이후 지난달 24일까지 거둔 720억 달러와 내년 6월까지 징수될 예정분을 포함한 수치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인정할 것으로 자신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하고 우리 국가 안보와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의회가 IEEPA를 통해 부여한 관세 권한을 적법하게 행사해 왔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사건의 원고인 5개 기업을 대리하고 있는 초당파적 법률 단체 리버티 저스티스 센터의 제프리 슈왑 선임 변호사는 ”우리는 대법원이 국제무역법원(CIT)과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IEEPA하에서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음을 인정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세를 부과할 헌법적 권한은 대통령 단독이 아니라 의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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