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고리' 아베 사망에도 결별 못해...반세기 걸친 '자민당과 통일교' 유착

  • 아베 외조부 기시 전 총리부터 교단과 유착 관계

  • 자민당, 선거 지원 의식해 관계 단절 소극적

지난 2020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사진아베 신조 전 총리 엑스
지난 2020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진=아베 신조 전 총리 엑스]

일본에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옛 통일교는 사실상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자민당에게 있어선 더욱 그렇다. 단명하는 총리가 많은 일본에서 약 9년간 집권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 배경에 통일교가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과의 관계가 청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아베 전 총리를 총격으로 숨지게 만든 범인은 “어머니가 통일교에 1억엔(약 9억4000만원)을 헌금해 가정이 붕괴됐다”며 통일교와 연결 고리를 가진 아베 전 총리를 노렸다고 진술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21년 통일교 계열 단체인 UPF(천주평화연합) 행사에 “통일교가 가정의 평화를 강조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고, 이것이 총격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부터 이어져 온 ‘아베파’를 중심으로 한 자민당과 통일교의 깊은 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신자들에게 반(反)사회적 수법으로 금전을 착취하는 단체와의 유착이라는 점뿐 아니라, 정책면에서도 교단과의 유사성이 지적되면서 자민당이 가진 ‘보수’의 정체성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

1954년 서울에서 창설된 통일교는 1958년부터 일본에서 포교를 시작해 1964년 종교법인 자격을 얻었다. 2022년 기준 일본 내 공식 신자 수는 약 60만명이지만 실제로는 10만명 정도였다는 설도 있다.

통일교가 1968년 일본에 설립한 ‘국제승공연합(國際勝共聯合)’은 반공운동을 표방하며 자민당 보수파와 손을 잡았다. 1987년 기시 전 총리 사망 후 아베 전 총리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와 교단과의 관계가 이어졌고, 이후 통일교는 아베파와 가장 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교단은 선거에서 표와 자원봉사 등을 통해 의원들을 지원했고, 자민당은 통일교의 교리를 정책에 반영했다. 자민당의 개헌안이 ‘국제승공연합’의 개헌안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을 비롯해 보수 정치 단체인 ‘일본회의’가 ‘국제승공연합’과 긴밀히 협력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특히 일본의 통일교 신자들이 한국에 있는 교단 본부를 자금 면에서 지원하는 구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여론은 들끓었다. 당시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자금 지원이 가장 많았던 시기인 1980년대엔 연간 600억~700억엔(약 5600억~6600억원)이 한국 본부로 흘러가기도 했다. 자금의 대부분은 항아리나 대리석, 인감 등을 고가로 신자에게 팔아넘기는 ‘영감상법’과 고액 헌금 종용 등을 통한 것이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자민당은 대대적인 내부 조사를 벌였고, 자민당의 발표에 따르면 당 소속 국회의원 379명 중 절반 가까운 179명이 어떤 형태로든 접점이 있음이 밝혀졌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관계 단절을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선거 지원을 의식한 자민당 의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완전한 결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25일, 통일교는 고액 헌금 문제로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로부터 해산명령을 받았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판결 직후 기자들의 입장 표명 요구에 대해 “일정상 어렵다”며 거절했다. 현재 통일교는 해산 명령에 불복해 도쿄고등재판소(고등법원)에 항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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