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텐허 1호 15년째 가동중" 中 슈퍼컴의 고향에 가다

  • 후난성 창사 국가 슈퍼컴퓨팅 센터 탐방

  • 15년전 세계 1위 텐허1호…여전히 가동중

  • 中 슈퍼컴의 진화....칩도 자체기술로 개발

  • 車설계부터 농사 짓기까지...다방면 응용

중국 창사 슈퍼컴퓨팅 센터에서 15년째 가동 중인 슈퍼컴퓨터 톈허1호의 모습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창사 슈퍼컴퓨팅 센터에서 15년째 가동 중인 슈퍼컴퓨터 '톈허1호'의 모습. [사진=배인선 특파원]

1000㎡ 면적의 전산실에 들어서자  약 2m 높이의 파란색 캐비넷 103개가 가지런히 배열돼 있다. 쉴 새 없이 깜박이는 수만개 푸른 불빛, 웅웅 거리는 팬 소리, 24시간 내내 컴퓨팅 파워가 돌아가고 있다. 초당 1000조(10의 15승)번 연산이 가능한 중국 최초의 페타플롭(Petaflops,PF)급 슈퍼컴퓨터 ‘톈허(天河) 1호’의 모습이다. 페타플롭은 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초당 10의 15제곱 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의미한다.
 
中 슈퍼컴의 진화....칩도 자체기술로 개발

지난 8월 말 중국 슈퍼컴퓨터의 심장 '톈허'를 운용하는 중국 후난성 창사 국가 슈퍼컴퓨팅 센터(NSCC)를 찾았다. 후난대학교 캠퍼스에 소재한 이곳은 톈진·선전에 이어 2011년말 설립된 중국 세번째 국가급 슈퍼컴퓨팅 센터다.

최고 4.7페타플롭, 즉 1초당 최고 4700조 번의 부동 소수점 연산이 가능한 속도로 2010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 1위에 등극했던 주인공인 톈허 1호 슈퍼컴퓨터가 가동 중이었다. 안내원은 “중국 13억 인구가 동시에 340년 이상 계산하는 양을 1시간 만에 처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톈허 1호 개발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페타플롭급 슈퍼컴을 만든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톈허1호는 지난 2010년 8월 첫 가동해 올해로 벌써 15년째 운영 중이다.

건너편 전산실에는 톈허 1호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차세대 톈허 슈퍼컴퓨터도 가동 중이었다. 최고 200페타플롭 속도를 자랑하는 이 슈퍼컴은 톈허 1호보다 연산능력이 150배 높다. 친환경·저전력의 수냉식 생태계도 갖췄다.

미국 인텔사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톈허1호와 달리 이 슈퍼컴은 칩부터 시스템·소프트웨어까지 오로지 중국이 자체 개발한 기술로 이뤄졌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 이후 중국의 기술 자립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곳 창사 슈퍼컴퓨터 센터는 2015년 미국 상무부 제재 명단에 포함돼 미국 반도체 칩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2010년 등장과 동시에 전 세계 슈퍼컴 속도 1위를 꿰찼던 톈허지만, 이제 더 이상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도 참여하지 않는 것도 미국 제재와 관련이 있다.

샤오성 창사 슈퍼컴퓨팅 센터 부주임은 “전 세계 순위 경쟁 참여는 과학적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상호 신뢰 없이 랭킹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방적인 순위 추구는 슈퍼컴의 응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F1 경주용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릴 수만 있지, 물건을 사거나 화물을 운송하는 데 아무 도움이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그는 슈퍼컴의 최고속도가 100이 아닌 80만 된다 하더라도 다양한 기술 응용 시나리오에서 슈퍼컴이 활용돼 국가 경제와 민생에 이롭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후난성 창사의 국가급 슈퍼컴퓨팅 센터 전경 사진후난일보
중국 후난성 창사의 국가급 슈퍼컴퓨팅 센터 전경. [사진=후난일보]
 
車설계부터 농사 짓기까지...슈퍼컴의 응용
안내원이 슈퍼컴의 다양한 응용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안내원이 슈퍼컴의 다양한 응용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특파원]

실제 슈퍼컴퓨터는 오늘날 시뮬레이션·빅데이터 분석·초거대 AI(인공지능)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산 시간을 단축하고 정밀도를 높이는 핵심 정보기술(IT) 인프라로,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창사 슈퍼컴퓨팅 센터 전시관에서도 항공우주·바이오제약·문화관광·현대 농업·디지털금융·엔지니어링·환경보호 등 방면에서 슈퍼컴퓨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정부나 연구기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민간기업도 슈퍼컴을 활용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전기차부터 항공기까지 각종 제품 설계와 테스트를 실제 실험 대신 슈퍼컴퓨터와 AI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설계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또 슈퍼컴퓨터로 식량 유전체를 초고속 분석해 빅데이터를 확보하면 우수 품종의 교배 조합 등에 도움이 된다.

샤오 부주임은 “슈퍼컴퓨팅 설계를 통해 오늘날 현대 자동차 제조업 설계 비용을 90% 줄었다”며 “자동차 디자이너는 이제 슈퍼컴을 활용한 공기역학 시뮬레이션으로 차를 설계하고, 이를 통해 자가용의 풍속저항 계수 10~20%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주행거리로 환산하면 기름을 풀로 넣었을 때 약 100km를 더 운전할 수 있는 것과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실 중국은 국가급 계획인 11차 5개년 계획(2006~2010년)부터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을 주요 국가 과학기술 사업에 포함시키고 적극 지원해왔다. 이에 페타플롭 급보다도 성능이 1000배 높은 엑사플롭(Exaflop)급 슈퍼컴 '톈허3' 개발에도 성공하는 등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샤오 부주임은 “창사는 중국 슈퍼컴퓨터의 고향”라며 슈퍼컴퓨터 응용의 최적의 도시라고 했다. 1986년 중국이 최초로 자체 설계 제작한 슈퍼컴퓨터 은허(銀河) 1호가 탄생한 곳도 바로 창사다. 은허 1호는 당시 중국 군사 첨단기술 핵심 연구기관인 후난성 창사 소재 국방과학기술대학교에서 개발했다. 지난 20년간 중국이 개발한 슈퍼컴퓨터는 세계 슈퍼컴 순위에서 11차례 1위를 차지했으며, 그중 7차례를 후난이 독차지했다는 게 샤오 부주임의 설명이다.

한편 최근 후난성 정부의 글로벌 연구개발(R&D) 허브로의 도약 정책에 발맞춰 창사에는 슈퍼컴퓨팅 센터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혁신센터, 글로벌 양자 R&D센터, 국가공정원 공업혁신센터 등 굵직한 연구소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현지 매체 창사만보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창사에서 60개가 넘는 새로운 기업 R&D 센터가 개소한 가운데 창사에 소재한 R&D 기관 수는 3800개를 넘어섰다. 여기엔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같은 다국적 R&D 기업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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