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추가 면제·내주 과징금...AI 투자 동력 뺏긴 SKT

  • 방통위 통신분쟁조정위원회, 유무선 결합상품 위약금 50% SKT가 부담해야

  • 개보위 "이르면 다음주 과징금 규모 산정"

  • 방통위 권고 법적 구속력 없어 파장 제한적이지만 과징금은 3분기 재무부담↑

  • AI스타트업 큰손 SKT, 투자 의지 꺾나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사면초가', '고립무원', SK텔레콤(SKT)의 현재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위약금 면제 요청에 따랐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결합 상품까지 위약금을 추가 면제해야 한다고 나섰고, 유심 해킹 사태 초기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을 강조해 온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다음주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1일 방통위 통신분쟁조정위원회(위원회)는 지난 4월 발생한 SKT 유심 해킹 사고에 대해 위약금 전액 면제 기간을 연내로 연장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유·무선 결합상품 해지 위약금 역시 50%의 금액을 SKT가 부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SKT가 위약금 면제 기한을 지난달 4일부터 14일까지 한정한 것과 관련해 마감 시한을 둘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고객의 정당한 계약 해지권은 법률상 소멸 사유가 없는 한 그 행사 기간을 제한하거나 소멸시킬 근거가 없다"며 "SKT가 안내한 위약금 면제 해지 기한은 법리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KT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직권 조정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사안이지만 직권 조정안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업계는 이번 결정이 권고 성격에 그쳐 실제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SKT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높지만 개보위의 과징금 규모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보위는 이날 "27일 전체회의에 SKT 처분안을 상정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과거 통신사에 부과된 최대 과징금은 500억원 수준이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이후 과징금 상한 기준이 '전체 매출의 3%'로 바뀌었다. 최대 3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통신업계는 해킹 사고 이후 SKT가 8월 한 달간 가입자 전원에게 요금 50%를 감면해주는 보상안을 시행했고 지난 4월 19일부터 지난달 14일 사이 통신사를 옮긴 사람들의 위약금을 모두 면제했다는 점에서 감경사유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1인당 평균 2만원의 요금 감면이 이뤄졌다고 가정하면 약 4200억원, 위약금까지 더하면 이미 상당한 금액을 가입자들에게 보상한 셈이다. 

투자업계는 SKT 매출과 영업이익을 고려할때 과징금이 몇백억원 수준이라면 무난히 소화 가능하겠지만 1000억원을 넘을 경우 SKT 3분기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불똥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게도 튈 것으로 보인다. 통신·IT 업계에 따르면 SKT는 지난 4월부터 AI 기업에 대한 투자 논의를 중단했다. 연초부터 SKT와 투자를 논의했던 다수 국내 AI 스타트업은 해킹 사태가 알려진 4월 18일 이후 관련 논의가 무기한 지연됐다고 밝혔다.

SKT는 지난 2023년 엔로픽에 1억달러(약 1390억원), 스캐터랩에 상환우선주(RCPS) 형태로 150억원을 지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퍼플렉시티에 1000만달러(약 138억원), 올거나이즈와 트웰브랩스에 각각 400만, 30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4월 14일에도 AI 로보틱스 스타트업 RLWRLD의 시드 라운드 1480만달러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30개 국내 AI 스타트업과 결성한 'K-AI 얼라이언스' 활동 역시 기술 협력에 이어 투자 지원을 약속했지만 미뤄지고 있다. 

SKT 측은 “국내 AI 기업 지원 및 투자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해킹 사태로 인한 소비자 피해 최소화와 보안 강화 등 우선순위 업무로 인해 투자 논의가 일시적으로 미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AI스타트업 투자 시장 큰 손이었던 SKT가 투자를 미루며 VC 시장도 침체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분석 기업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SKT 해킹 사태 이후 이날까지 국내 AI 분야 VC 투자 건수는 66건으로, 전년 동기 89건 대비 25.8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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