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부터 공립 초중고교 교실에 십계명을 걸어두려 했던 텍사스주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20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프레드 비어리 미 연방 지방판사는 올해 9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모든 공립 초중고교 교실에 16인치 X 20인치 크기(A4 용지 3.3장 넓이)로 십계명을 걸어놓아야 한다는 주 상원 10호 법안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비어리 판사는 “이 법은 다른 종교보다 기독교를 우대하며, 유대-기독교 신앙에 부합하지 않는 종교가 있는 어린이들에게 배제감을 주거나 영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시했다. 비어리 판사는 또 이 법안이 부모의 아이 양육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텍사스 외에도 루이지애나와 아칸소, 앨라배마 등 공화당이 우세인 다른 지역에서도 십계명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7월 미 연방 항소법원은 루이지애나주가 유치원에서 주립대학까지 모든 공립 학교에 십계명을 게시하도록 한 법안을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이 재판은 미 연방대법원에 가서야 최종 결판이 날 전망이다.
아칸소에서도 이달 4일 티모시 브룩스 연방 지방판사가 십계명을 공립학교와 도서관, 주립대학 등에 게시하도록 한 2025년 573호 법안의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앨라배마에서는 지난 4월 유치원~고교까지 공립 학교에 십계명 게시를 의무화하는 법안 178호가 하원을 81대 11로 통과했지만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내년 1월 예정인 다음 회기에 다시 의회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매체 앨라배마 리플렉터는 전했다.
◇‘레몬테스트’ 폐기로 논란 생겨나
이번 논란이 발생한 이유는 흔히 미국 정교 분리 판례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레몬 대 커츠먼(1971)’과 여기서 파생된 ‘레몬테스트’가 연방대법원에 의해 폐기되면서다.
미 법조전문 미디어인 ‘SCOTUS블로그’에 따르면. 레몬테스트란 정부의 종교에 대한 개입은 1) 반드시 세속적 목적이 있어야 하고 2) 정부 정책의 결과가 종교에 득실이 있어서는 안 되며 3) 정부가 지나치게 종교와 얽히는 일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말한다. 하지만 풋볼 구장에서 기도를 올리는 코치의 행동을 금지하는 연맹의 결정을 두고 코치의 손을 들어주었던 ‘케네디 대 브레머턴(2022)’ 판결을 계기로 연방대법원이 이 레몬테스트를 공식 폐기했다.
매체는 “레몬테스트가 본질적으로 폐기된 상황에서 (텍사스, 루이지애나, 아칸소 등) 공립 학교의 십계명 재판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연방대법원이 6대 3으로 보수 우위인 점을 감안하면 교실 내 십계명을 합법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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