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잡을 수 없는 미국의 관세 정책에 개인투자자들이 반도체 관련 종목 매도에 나서는 등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최근 반도체에 최대 30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반도체 주식을 내다파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관세 무풍지대로 여겨지는 헬스케어 업종엔 매수세가 몰리는 추세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알테오젠(2589억원), 한국콜마(1270억원), 코스맥스(1236억원) 등 제약·바이오 및 헬스케어 종목이 대거 포함됐다.
반면,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순매수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선 가운데, 개인마저 포지션을 줄이는 모양새다.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27억원, 1401억원 순매도했다. DB하이텍(-32억원), 원익IPS(-681억원) 등 반도체 관련주 전반이 같은 흐름을 보였다. 앞서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반도체와 관련해 200~300%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반도체 업종에 대한 관세 불확실성이 확산되며 개인투자자가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움직임과 달리 이들 종목 주가는 별개로 움직였다.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이었던 알테오젠, 코스맥스, 한국콜마는 각각 -5.95%, -22.43%, -18.97% 등 주가 수익률이 비교적 낮았다. 반면 개인 순매수 하위 종목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96%, -3.84%로 상대적으로 선방했으며 DB하이텍 역시 -2.74% 하락하는 데 그쳤다. 특히 원익IPS의 경우 29.6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들 종목 주가 수익률은 개인보다는 외국인에 의해 등락이 결정된 모습”이라며 “개인은 보유 종목 주가가 일정 수준 하락하기 시작하면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을 빠르게 내놓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차익실현보다 섹터 회피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반도체 업종은 구조적으로 AI·HBM 수요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섹터지만, 미국의 관세 위협과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맞물리며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단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헬스케어 등 업종은 글로벌 이슈에 덜 민감하다는 점에서 현재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장세에서 ‘회피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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