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발생한 기습 폭우로 인한 사망자가 300명을 넘어섰다. 여전히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파크툰크와주 부네르 지역 등지에서 갑자기 내린 폭우에 따른 홍수로 최소 344명이 숨졌다고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이 밝혔다. 최소 137명이 다쳤으며 대다수는 갑작스러운 홍수와 가옥 붕괴로 인한 희생자다.
카이버파크툰크와주 구조기관 대변인 빌랄 아흐메드 파이지는 무너진 집 잔해에서 시신이 계속 수습되고 있다며 “폭우와 산사태, 도로 유실로 인해 중장비와 구급차 수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중장비 없이 맨손과 삽으로 잔해를 치우는 주민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현재 2000여명의 구조대원이 투입돼 수색과 구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구호 활동 중 추가 피해도 발생했다. 전날 부네르 등 홍수 피해 지역으로 구호품을 운반하던 헬기가 기상 악화로 카이버파크툰크와주 산악지대에 추락해 조종사 2명을 포함한 탑승자 5명이 모두 숨졌다.
카이버파크툰크와주 정부는 부네르 등 5개 지역을 재난 피해지역으로 지정했다. 파키스탄 기상청은 북서부 지역에 폭우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대비를 당부했다.
기상청은 이날부터 이들 지역에서 몬순 우기 기상이 심해져 앞으로 며칠 동안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기상학자 자히르 바바르는 파키스탄에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더 잦아지고 파괴력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산악 지대에 쏟아진 폭우가 기습 홍수로 바뀌어 저지대를 덮치기 전까지 저지대 주민이 폭우가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서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기후 변화가 홍수의 한 요인이지만, 강과 개울 옆에 집들이 들어서고 건설 활동과 쓰레기 투기로 인해 일부 수로가 막힌 점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매년 6∼9월 몬순 우기가 이어진다. 이 기간에 내리는 비는 극심한 무더위를 식혀주고 농작물 재배에도 도움이 되지만, 이 지역의 하수와 배수 시설이 열악한 탓에 대규모 인명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 다국적 기후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WWA) 연구 결과 지난 6월 24일부터 한 달 동안 파키스탄 강수량이 기후 변화 때문에 평소보다 10∼1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22년 파키스탄에서는 기록적인 홍수와 폭우로 1700명 넘게 숨졌고, 약 400억 달러(약 55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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