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절차와 군검찰의 ‘박정훈 표적수사’ 의혹을 동시에 추적하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2024년 1월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위한 외교부 공관장 자격 심사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 중”이라며 “당시 심사위원 일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인사혁신처·행정안전부 등 관계자 8명이 서면으로만 심사에 참여했고, 의결 서명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진술이 확보됐다. 정 특검보는 “특임공관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이례적으로 급히 진행된 절차”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귀국 명분이 된 지난해 3월 25일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총선 이후 예정된 전체 공관장 회의와 별도로 급조됐다는 의혹도 수사한다. 이 전 장관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 대상이었음에도 지난해 3월 4일 대사로 임명돼 출국했고, 여론이 악화되자 열하루 만에 귀국했다.
특검은 같은 날 군검찰의 ‘박정훈 대령 표적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당시 국방부 검찰단장이던 김동혁 예비역과 박 대령 기소를 담당했던 염보현 군검사를 피의자로 소환, 2023년 8월 2일 채상병 사건 기록을 압수영장 없이 회수하고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로 입건한 경위 등을 추궁했다.
박 대령은 군 수뇌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외압으로 판단해 초동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으며, 이후 군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VIP 격노설은 망상’ 등 허위로 보이는 내용을 적시한 의혹을 받는다.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고, 박 대령은 항명·상관 명예훼손 혐의에서 최종 무죄를 받았다.
특검은 구속영장이 군 검사 여러 명에 의해 분담 작성된 정황도 포착했다. 정 특검보는 “편집·작성 기록이 남아 있어 당시 허위 기재 부분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내주 외압 의혹 핵심 인물인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불러 대통령실·윗선 개입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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