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부동산 재벌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오는 22일 거래를 마지막으로 홍콩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된다. 한때 매출 기준 중국 부동산 기업 1위였던 헝다는 4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부채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끝에 파산했으며, 결국 상폐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13일 중국 제일재경일보 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헝다는 전날 저녁 홍콩거래소로부터 상폐 결정을 받았다고 공시를 내고 오는 25일부터 홍콩증시에서 상폐돼 거래가 중단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 홍콩법원에서 청산 명령이 떨어진 지 약 1년 6개월 만에 상폐되는 것이다. 당시 청산 명령과 함께 헝다 주식거래는 정지됐고, 홍콩거래소 규정에 따라 18개월 이내 청산 명령 철회 등 거래 재개 지침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결국 상폐가 불가피해졌다.
헝다 주식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며 주주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헝다 주가는 2024년 1월 거래 정지 당시 주당 0.163홍콩달러로 시가총액은 고작 21억5000만 홍콩달러(약 3800억원)에 불과했다. 2017년 한때 주당 30홍콩달러도 넘으며 시가총액이 최고 4000억 홍콩달러(약 70조5000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200분의1 토막 난 것.
헝다 주식이 상폐됨에 따라 산하 계열사인 헝다신에너지도 홍콩 증시에서 상폐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 회사 주가도 지난 4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다만 상폐 여부와 상관없이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헝다의 청산 절차는 정상적으로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헝다 청산인 측은 보고서를 발표해 "현재까지 접수된 채무 청구액은 모두 187건으로, 부채액은 450억 달러(약 62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헝다가 마지막으로 공개한 재무제표에 표기된 부채액 275억 달러를 훨씬 웃돈다.
보고서는 “계열사가 보유한 자산 소유권이 다층적이고 다양한 관할권에 설립돼 복잡하다”며 “이러한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도 전했다. 헝다의 경영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데다가, 자산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 있어서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본토 내 자산은 중국 정부의 별도 법적 체계에 따라 운영돼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을 집행하기가 어려운 게 일반적이다.
실제 청산이 결정되고 나서 현재까지 18개월간 헝다의 자산은 겨우 2억5500만 달러어치만 처분됐을 뿐이다. 헝다의 2022년 기준 총자산 1조8000억 위안(약 2500억 달러)의 0.1% 수준이다. 게다가 회수된 자산 대부분은 클로드 모네 그림 등 미술품, 럭셔리 자동차, 클럽 회원권 등 비핵심 자산으로, 그만큼 청산 절차가 어려움을 시사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헝다의 청산 결과는 향후 청산 명령이 떨어진 다른 중국 부동산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시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홍콩법원은 또 다른 중국 부동산 재벌 '화난청'에 대해서도 청산 명령을 내렸다.
이는 최근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중국 상위 100대 부동산 기업의 신규주택 판매액은 6월 22.8%, 7월 24% 감소하는 등 두달째 20% 이상 하락했다. 6월 중국 70개 주요도시 신규주택 가격도 전달 대비 0.27% 하락하며 약 8개월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9월 내놓은 경기 부양책 약발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존 램 UBS 중화권 부동산 리서치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수요 약화로 주택 재고회전율이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이 추가 경기 부양책을 도입하지 않는 한 중국 부동산 시장은 내년 중후반에야 비로소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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