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빠진 인텔 파운드리… '제국의 몰락'이 삼성전자에 주는 메시지는

  • 기술 지연·노드 전환 차질로 신뢰 잃어

  • "삼성, 테슬라 '빅딜' 기회 잘 살려야"

인텔 반도체 칩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텔 반도체 칩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과거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던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기로에 서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인텔 이후 시장을 석권했던 삼성전자에도 적잖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2분기 순손실이 29억 달러(약 4조원)로 전년 동기(16억1000만 달러)보다 두 배 가량 늘었다. 실적 부진의 주 원인은 영업손실 31억7000만 달러를 기록한 파운드리 부문에서 발행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부진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2분기 보고서의 사업 리스크 항목에서 "지금까지 파운드리 사업의 어떤 노드에서도 주요 외부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차세대 1.4나노급 공정에서도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몇 년간 수요도 없는 상황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너무 많이, 너무 일찍 투자했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 공장 기반이 불필요하게 분산되고 활용도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연말까지 인력을 2만1000명 이상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내놓는가 하면 독일과 폴란드에서 진행 중인 파운드리 공장 건설도 전면 중단했다. 파운드리 사업 철수설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바로 정리할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경쟁력을 잃었지만 반도체 사업자로서 파운드리가 여전히 필요하며 일찌감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도 발목을 잡는 요소다.  인텔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누적 자본 지출은 약 1000억 달러(약 138조37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최근 2년 동안 쏟아부은 집중 투자액은 약 250억 달러(약 33조원)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몰락의 주원인으로는 기술 출시 지연 및 노드 전환 문제가 거론된다. 기존의 18A 노드 양산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데다 내부 용도로만 제한되면서 최근 14A로의 공정 전환도 검토 중이다. 앞서 20A는 양산 계획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결국 기술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 고객사 신뢰 상실로 이어졌고, 주요 고객사 확보에도 실패하며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인텔 파운드리의 실패가 마찬가지로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에 반면교사의 사례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고객 사업'이다. 외부 고객 유치가 전제되지 않은 설비 증설은 독이 될 수 있다"며 "고객 기반 없이 대규모 투자로 팹을 건설하는 것은 리스크를 스스로 만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또 "고객 신뢰 확보 및 장기적 관계 구축이 기술력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품질이 상향평준화된 상황에선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파운드리의 경우 기술적 첨탑을 쌓는 것보다 완성도, 수율, 일정 정확성 등 품질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대규모 차량용 반도체 공급 계약을 맺은 것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대한 글로벌 빅테크의 신뢰가 여전히 굳건함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빅테크와의 계약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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