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음극재 관세폭탄… K-음극재, 미국 시장 기회 잡나

  • 전 중국산에 93% 반덤핑 예비 판정

  • 미국에서 포스코 가격 우위 생겨

세종 음극재 공장을 둘러보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그룹
세종 음극재 공장을 둘러보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그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중국산 이차전지 음극재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예비 판정했다. 사실상 '중국산 봉쇄' 수준의 조치로, 그간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음극재 공급망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뒤처졌던 국산 제품이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포스코퓨처엠 등 한국 기업이 최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현지시간 17일 중국산 음극재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예비 판정했다. 특정 기업이 아닌 전 중국 기업을 일괄 대상으로 삼은 조치로, 현지 업계에서는 "사실상 중국산을 전면 차단하는 '융단폭격'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상무부는 지난 5월에도 중국 카이진 등 일부 업체에 700%가 넘는 상계관세를 부과했으나, 이번처럼 전면적인 조치는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미국이 중국산 원재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공급망 재편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은 앞서 2027년부터 중국산 흑연을 사용하는 기업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조치가 사실상 그 일정을 앞당긴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은 그간 중국산 음극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해 왔다. 테슬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파나소닉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현지 공장에서 중국산을 사용해 왔으며, 이번 조치로 인해 대체 공급처 확보에 본격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국내 포스코퓨처엠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음극재 시장은 BTR, 산산, 신줌, 카이진 등 중국 기업이 출하량 기준 상위 10위를 독식하며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비중국 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11위권에 올라 있는 기업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대량 양산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다만 가격 경쟁에서 중국산에 밀려 고전해 왔다. 실제로 천연흑연 기반 중국산 음극재는 1㎏당 2달러대에 공급되지만, 포스코퓨처엠의 제품은 이보다 40~50%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세종공장의 가동률은 2022년 67%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30%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미국이 93.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가격 역전이 일어나 한국산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갖는 상황도 예상된다. 업계는 이에 따라 미국향 물량 확대 가능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음극재 수입액은 3억4700만달러(약 4800억원)에 달한다. 같은 해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매출은 1500억원 수준으로, 단순히 수입 대체만 이뤄져도 매출이 수배 확대될 수 있는 구조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사실상 사라졌고, 미국 내 배터리 기업들도 '탈중국' 전환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서방권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포스코퓨처엠이 자연스럽게 대체 공급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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