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2021 GGGF] 마르얀 반 아우벨 "태양광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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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1-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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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얀 반 아우벨 [사진=샌더 플러그(Sander Plug) 제공]


“좋은 디자인이란 지속가능한 디자인입니다. 디자이너는 후대가 살고 싶은 미래를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합니다.”

네덜란드 출신 태양광 발전 디자이너인 마르얀 반 아우벨은 5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통해 시대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시대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풀고자 태양광에서 해답을 찾았다.

아우벨은 “태양에서 1시간 동안 전달하는 에너지는 전 인류가 1년 동안 쓰기에 충분한 양”이라며 “태양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우리가 땅을 파서 화석 연료를 채취하는 대신 하늘에 떠 있는 태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흔히 태양광이라고 하면 지붕이나 베란다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떠올린다. 태양광 패널은 태양 에너지를 변화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반 아우벨은 이 기술을 디자인에 접목했다. 태양광 디자인을 통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태양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아우벨의 작품은 전부 태양 에너지를 받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그가 디자인한 탁자는 윗면 전체가 태양 전지판으로 돼 있어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전기를 생산한다. 탁자 다리 부분에 USB를 꽂으면 휴대폰을 충전할 수도 있다. 같은 원리로 영국 런던의 한 갤러리에서는 그가 디자인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휴대폰을 충전한다.

아우벨은 “창문이 단지 창문 역할만 할 필요는 없다. 창문은 이처럼 작은 발전소 기능도 할 수 있다”며 “사물의 표면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해 일상의 모든 사물을 발전소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디자인에는 단순한 심미성을 넘어 기술성과 지속가능성까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아우벨이 디자인한 탁자는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 전기를 생산한다. [사진=마르얀 반 아우벨 스튜디오]


이전까지 태양광에 관한 연구는 기술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었다. 아우벨은 여기에 미학적인 측면을 더해 태양광 디자인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2012년 영국 왕립예술대학 석사 과정에 있던 그는 졸업 전 논문을 쓰면서 태양광 디자인에 눈을 떴다.

아우벨은 “태양광의 매력에 빠진 건 ‘염료감응 태양전지’ 기술을 알게 되면서다”라고 회상했다. 연료감응 태양전지는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응용해 염료에 태양 빛이 닿으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별도의 전지판 없이 특수 염료만으로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

그는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빛 스펙트럼상의 색에 따라 효율이 다르다. 예를 들어 파란색은 주황색보다 전기 효율이 낮다”며 “이 원리를 활용해 유리에 색을 입혀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게 내 첫 번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색은 주로 미학을 위해 사용되지만, 추가적인 기능을 더한다면 사물에 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전기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에 완전히 매료됐다”고 회상했다. 이때부터 태양광을 파고든 아우벨은 일상 속 사물이나 건물을 태양 전지판으로 바꿔나갔다. 

업계에서도 태양광 디자이너로 인정을 받았다. 아우벨은 런던 V&A, 런던 지아니 박물관, 암스테르담 스테델라이크 박물관 등 세계적인 기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또한 뉴욕 현대미술관(MoMA), 스위스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 네덜란드 보에이만스 판 뷔닝언 박물관, 캐나다 몬트리올 미술관, 호주 빅토리아 국립 갤러리 등에 그의 작품이 영구 소장돼 있다.

기관과 기업들도 반 아우벨의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주목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2040년까지 순환 경제(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을 만든다는 목표로 아우벨에 재무부 건물 디자인을 요청했다. 반 아우벨은 건물 전체가 태양광 발전으로만 가동될 수 있도록 유리 소재의 건물 외관을 디자인했다.

크리스털 회사인 스와로브스키와도 협력하고 있다. 아우벨은 “크리스털은 어떻게 절단하느냐에 따라 빛을 굴절시켜 빛의 방향을 특정 위치에 집중시킬 수 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태양광 전지판에 빛을 집중시킬 수 있는 크리스털을 만들었다”며 “이를 창가에 내놓으면 태양 에너지가 모이고, 밤에는 이 에너지로 샹들리에에 전원을 공급해 실내를 비추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우벨이 디자인한 태양광 조명 '쉬너'. [사진=마르얀 반 아우벨 스튜디오]


상용화된 작품도 있다. 창문에 걸어둘 수 있는 개인 태양 ‘쉬너’다. 쉬너는 낮 동안 태양 빛 에너지를 저장하고 밤에 빛을 발산하는 자체 전력 태양광 조명이다. 플러그나 외부 전기 장치가 없어도 창문에 걸어두기만 하면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포착해 저장한다. 자가용 태양광 패널을 소유할 만한 여유가 없는 집에서도 손쉽게 태양광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우벨은 이처럼 모든 사람이 태양광 발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더 효율적이고 저렴한 태양 전지판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고 중국이 대규모 생산을 시작하면서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장비 가격이나 설치‧운영 비용이 많이 떨어졌다”며 “이는 태양광 제품에 대한 새로운 시장이 열렸으며 앞으로 태양광으로 무엇을 할지 선택지가 많아질 거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아우벨은 이미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었다. 그가 디자인한 ‘식물 발전소’에서는 태양광을 통해 식물을 키우기도 한다. 태양광 유리를 통해 태양 에너지를 받아 실내 온도 조절용 전원을 공급한다. 아우벨은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식량(식물)을 만들어낸다면 환경문제와 식량문제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며 “식물발전소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전통적인 농업을 첨단 기술과 연결시킨 사례”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기 위한 아우벨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그는 계속해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태양광 발전을 적용할 수 있는 또 다른 곳은 없을까요? 태양광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순 없을까요? 태양 빛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는 거예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오는 9일 개최되는 ‘제13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21 GGGF)’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우벨은 이 자리에서 ‘태양광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 환경을 바꾸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아우벨이 디자인한 식물발전소. [사진=마르얀 반 아우벨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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