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속으로] 로맹 가리 소설 못지않은 큰 감동 전하는 ‘자기 앞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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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9-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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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극단 제공]

연극 ‘자기 앞의 생’이 준 감동은 컸다. 연극이 끝난 후 명동예술극장을 나와 한참을 걸었지만 뭉클함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인종, 종교, 세대 등 모든 것을 뛰어 넘은 ‘큰 사랑’은 고귀했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은 2019년 첫 번째 작품으로 ‘자기 앞의 생’을 3월2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자기 앞의 생’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프랑스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로맹 가리의 (필명 에밀 아자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파리 슬럼가의 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랍계 소년 모모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유대인 보모 로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은 인종, 종교, 세대 등 사회적 장벽을 뛰어넘는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험난한 ‘자기 앞의 생’을 한 계단씩 한 계단씩 올라선다. 함께 하는 로자와 모모에게는 ‘우리 앞의 생’이기도 하다.

“사람은 사랑할 누군가가 없이는 살수 없대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삶과 사랑의 가치를 키워나가는 인물들은 편안한 자장가처럼 힘든 현실을 살고 있는 관객들을 위로했다.

이 편안함은 배우들로부터 나온다. 유대인 보모 로자 역에는 배우 양희경과 국립극단 시즌단원 이수미가 더블 캐스팅됐다. 1981년 연극 ‘자1122년’으로 데뷔한 양희경은 드라마 및 영화 활동으로 대중들을 가깝게 만나는 동시에 꾸준히 연극 무대에도 오르고 있는 배우다. 그는 30년 넘게 쌓아온 연기 관록을 통해 로자의 풍부한 감정들을 전달했다. 또 다른 로자로 분하는 이수미는 2018년 국립극단 작품 ‘운명’, ‘텍사스 고모’ 등에 출연하여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2명의 로자 모두 편안하고 따뜻했다.

어른들의 가혹한 세상에 너무 빨리 던져져 버린 14세 소년 모모역은 배우 오정택이 맡았다. 로자와 모모가 알콩달콩 일상을 함께 하며 서로에게 미소 짓는 모습은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이번 작품은 지난해 ‘신의 아그네스’로 섬세한 작품 분석력을 인정받은 박혜선이 연출을 맡았다. 박혜선 연출은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관객들의 몰입을 높이기 위해 무대를 사실적으로 구현하고, 세트를 객석에 가깝게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로자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모모와의 추억들을 영상으로 틀어주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랑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소설 못지 않은 큰 감동을 준 연극 '자기 앞의 생'은 꽃처럼 아름다웠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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