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차이나 프리즘] ‘나고야의정서’ 발효, 적극적으로 돌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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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혜 국립인천대 중국학술원 연구교수(법학 박사)
입력 2017-08-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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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 상승·생산 중단 우려

  • 화장품·제약·바이오 비상

  • 韓기업 준비 무방비 상태

[윤성혜 국립인천대 중국학술원 연구교수(법학 박사)]

지난 17일, 한국에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됐다. 아직 국내에서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은 편이다.

한 발 더 들어가서 나고야의정서가 생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국제협약이라고 설명하면, 더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과거에 물을 사먹는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마트에서 너무 당연하게 물을 사먹는 것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다고 당장 한국 소비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츰 내가 쓰던 제품의 가격이 상승한다거나, 제품의 생산이 중단되는 상황을 겪게 될지 모른다. 또 언젠가는 자연추출물이 없는 화학성분으로만 구성된 제품이 등장할 수도 있다.

대신 화장품,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나고야의정서는 기업의 생물자원 이용에 대해 자원의 원산지 국가에 이용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원을 활용해 화장품이나 약을 만들어 팔아 이윤을 얻었다면, 이윤의 일정부분을 자원을 제공한 국가와 나누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물자원에 대해 이용승인을 받는 것과, 이익을 어떻게 나눠가질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의 국내법에 달려 있다.

때문에 관련 생물자원을 어디에서 수입해 오는지가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부분 화장품 및 제약회사들은 생물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이상(54.4%)이 이러한 생물자원의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에서의 수입비율이 월등히 높다. 중국이 ‘갑’(제공국)이 되고 우리가 ‘을’(이용국)이 되는 순간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관련 업계들의 준비 상황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방비상태다. 사실 관련 업계 기업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관련 정보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사이에 어느덧 준비기간이 끝나고, 중국도 이제 관련 조례의 초안을 공개한 상태다.

중국은 지난 2016년 9월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하면서 의정서 당사국이 됐다. 자원부국인 중국이 이에 대한 국내법을 어떻게 제정할 것인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중국은 2015년부터 관련 국내법인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 관리조례(초안)’ 작성을 시작해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4월에 초안의 내용을 발표했다. 초안이 발표되면서 그동안 중국을 원산지로 하는 생물자원의 접근과 이익 공유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관련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이익 공유 수준, 즉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사용료 범위다.

조례는 당해 연도 이익의 0.5~10% 수준을 ‘생물유전자원 보호 및 이익 공유 기금’으로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원 부국인 인도의 이익 공유 수준이 1~3% 수준 정도이고, 화장품업계에서 통상 이익의 2.8% 수준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는 점에서 이번 조례의 사용료 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범위가 0.5에서 10%로 매우 넓어 향후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조례는 외국기업 및 개인이 중국의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한 연구개발에 대해서 반드시 중국과 합작하거나 중국 연구자가 참여해야만 연구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기술개발에 대한 정보 유출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 중국의 자원을 이용하는 기업 및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조례는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물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위법소득에 대해 최고 10배 또는 최대 100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한다. 더 나아가 영업정지, 재산 몰수, 접근자격 박탈 등의 가중처벌 부과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조례의 초안이 공개된 만큼 중국의 나고야의정서 이행은 시간문제다. 한국은 중국이나 인도만큼 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많은 부분 다른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공국이 하자는 대로 눈치 보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도 옳지 않다.

나고야의정서의 목적은 자원 부국들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고 보호하기 위해 발효됐다.

또한 오랫동안 전통문화를 전승해 오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인정하고 그것을 활용해 발생한 이윤을 이들과 일정부분 공유하자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따라서 생물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금전적 공유의 부담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이익 공유는 금전과 인프라 개발 및 인턴십 등과 같은 비금전 공유가 함께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금전적 공유는 기업이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어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다시 기업의 이익으로 환원된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들도 단순히 원료를 사온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원료를 재배하고 생산하는 지역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우리 생물자원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우리 땅에 자라고 있는 생물유전자원에 대한 연구개발도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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