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칼럼]2000년을 우리 먹거리로 함께한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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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17-08-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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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성종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오성종 국립축산과학원장[사진=농촌진흥청]


지난 주말 한 부부가 정육코너에서 실랑이하는 모습을 봤다. 한우와 수입 쇠고기 중 어느 것을 살지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었다. 남편은 비싸더라도 한우를, 아내는 조금 저렴한 수입 쇠고기를 고집했다. 부부의 장바구니에 무엇이 담겼는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우리 한우였길 바란다.

한번쯤은 쇠고기를 살 때 망설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자는 외국종이나 한우나 같은 소인데 한우가 비싸다며 푸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우를 조금만 알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 한우는 한반도에서 독자적으로 키워온 세계 유일의 품종이다. 척박한 환경에도 잘 적응하고 매우 영리하다. 과거 농경을 돕는 일꾼이었지만, 지금은 고기소로서 국민에게 영양을 제공한다. 

우리 조상들은 한우 한 마리에서 100가지 맛이 나온다고 해서 일두백미(一頭百味)라고 했다. 한우고기는 고깃결이 섬세하고 탄력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독특한 식문화인 숯불구이에 가장 적합한 육질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 결과, 한우는 수입 쇠고기보다 단맛을 내는 성분은 2배, 감칠맛을 주는 성분은 4배에서 10배까지 많이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해 1월 전국 주부 7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경향 조사에서도 절반 이상의 소비자가 수입 쇠고기에 비해 한우 맛이 우수하다고 응답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약 10.9㎏이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61%가량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자급률은 37.7%에 그친다. 자급률은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쇠고기를 국내에서 공급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자급률이 하락하면 쇠고기 수입량이 늘고, 국내 쇠고기 물량이 감소해 한우산업은 고스란히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2016년 쇠고기 수입량은 36만2000t, 금액으로는 22억8400만 달러로, 수입이 자유화된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우리 국민이 수입 농축산물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에 밀려 우리 먹거리를 외면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혹시라도 소비가 줄어 이 땅에서 한우가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근심까지 든다.

우리나라는 무려 100년 전부터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해 소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농촌진흥청은 1906년 권업모범장에서 한우개량사업을 시작한 이후, 1960년부터 본격적으로 한우개량 방향을 설정해 육성해 왔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한우는 생산부터 사육, 도축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노력으로 맛을 유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우의 90% 정도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우수성을 보증하는 소로 생산한다. 또 사료는 동물성 단백질이 들어 있는지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검사법을 개발,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

농가에서도 개량부터 사양기술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게 관리하는 한편 한국가축사양표준을 활용해 소의 나이와 사료 섭취 습관을 고려해 풀사료와 곡물사료를 적정하게 공급하고 있다.

유통은 철저한 원산지 표시와 수입 쇠고기의 국내산 둔갑을 막기 위한 판별 기술로 안전하게 관리‧단속하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와 농가 의견을 조율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향으로 쇠고기 등급제의 보완도 앞두고 있다.

이렇듯 한우는 조금 비싸기는 하나 믿고 안심하며 먹을 수 있다. 또 2000년을 함께해온 귀한 먹거리이자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애국심에 기대어 소비를 당부 드리고 싶지는 않다. 더 맛있는 한우를, 더 오랫동안, 더 안전하고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연구로 한우의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의 관심과 사랑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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