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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I의 중국 대중문화 읽기➇] 식욕과 맛의 탐미…한·중·일 음식 문화에 담긴 의미

김봉철 기자입력 : 2017-07-13 15:00수정 : 2017-08-15 23:56
중국, 식도락은 기본적 욕구이자 권리 한국도 푸짐한 상차림 나눠 먹어야 일본, 적은양 오밀조밀 담아낸 음식

중국에서 튀김으로 먹는 죽충(대나무 벌레) [사진 출처=바이두]

 

“전 그 벌레 안 먹어요.”

애벌레를 먹던 예능 프로그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였다. 중국인 친구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사진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전 이 벌레 먹어요.” 그녀가 내민 사진은 죽충, 대나무 벌레였다.

단백질과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대나무가 많은 남방지방에서는 대나무 벌레 튀김을 스낵처럼 즐겨 먹는다고 한다.

중국은 “땅 위의 네 발 달린 것은 탁자 빼고 다 먹고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은 잠수함 빼고 다 먹으며, 하늘을 나는 것은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고 말할 만큼 다양한 음식이 존재한다.

갓 태어난 쥐 요리로 젓가락으로 집을 때, 소스를 찍을 때, 입에 넣을 때, 세 번 운다는 뜻의 '삼지아(三吱兒)'.

살아서 울부짖는 당나귀 요리인 ‘활규려(活叫驢)’, 살아있는 원숭이 뇌를 먹는 ‘원숭이 골’ 요리, 독특한 식감이 최고라는 모기 눈알 수프, 맹자가 좋아했다는 곰 발바닥 요리 등 식도락을 추구하던 전통에서 이어진 중국의 먹거리는 다양하다.

긴 역사 속에서 각 민족은 자연환경, 생활방식 등 환경에 따라 고유한 음식문화를 형성해 왔기 때문에 한 나라의 음식문화에는 가치관, 사상, 예법, 신앙 등 그 나라의 의식구조와 생활양식이 스며들어 있다.

중국의 역사서 한서(漢書)에는 “백성이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民以食爲天)”는 말이 있으며 신 중국 건국 이후 추구하는 ‘샤오캉(小康) 사회’는 인민을 굶주리지 않게 하는 것이 첫 번 째 목표다.

중국의 대학자 공자 또한 “식욕과 성욕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욕망”이라며 식욕을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로 인정했다.

식도락을 인간의 당연한 욕구이자 권리로 인지하는 중국에서는 인간의 식욕과 맛의 탐미가 최우선이 될 수 있다.

단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미각, 청각, 시각 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야 최고의 음식이다. 이 때문에 종종 중국 음식은 동물 애호가들과 충돌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의식주(衣食住)’가 아닌 ‘식의주(食衣住)’라 말할 만큼 ‘식’이 중요한 문화이며 음식을 ‘약’으로 여길 정도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음식으로 몸을 보하는 것이 병을 예방하고 장수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중국 고 의학서에 개의 생식기가 양기를 북돋아 주며 원기를 보충해준다고 전해진다. 중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야생동물의 생식기가 양기를 보충하는데 효능이 있으며 곰이나 거북이, 자라 등의 요리로 불로장생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다.

중국에서는 손님을 초대하거나 의례행사가 있을 때면 성대하게 음식을 장만하고 베푼다. 단지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한 끼를 대접하는 것이 아니다. 대접받는 사람이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푸짐한 음식을 장만해야 실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준비된 음식은 원탁에 둘러앉아 함께 먹음으로써 단결, 화합, 교류 정신을 보여준다.

한국도 비슷하다. 잔치가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갈 때 음식을 싸주거나 이웃에게 나눠주며 함께 배부르게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준비한 음식은 화려하지 않은 식기에 정갈하게 담아 상차림을 하고 함께 둘러앉아 나눠 먹는다. 식사 도중 부족한 음식을 적절하게 보충해야 한다. 손님을 초대해 놓고 먹을 것이 마땅치 않거나 음식 양이 부족한 것은 손님맞이에 정성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음식을 비우는 것이 예의다. 초대한 사람도 거하게 한 상을 차려내기보다는 적은 양을 화려한 그릇에 오밀조밀 담아낸다.

이처럼 음식에 대한 인식이나 예법 등은 국가마다 다르다. 한국과 중국의 음식문화가 화합과 교류 등 공동체 생활과 연결된다면 일본의 음식문화는 절제와 독립 등 개인의 생활과 맞닿아 있다.

‘식’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인식 차이는 영화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탐욕스러운 인간이 신의 세계에서 벌을 받게 된다. 여기서 인간의 탐욕은 식욕으로 묘사된다.

식욕을 이기지 못하고 신의 음식을 탐한 인간은 이름을 빼앗긴 채 식욕 왕성한 돼지로 살게 된다.
 

중국 애니매이션 몬스터 헌트의 한 장면. 요괴 사냥꾼들이 요괴 음식을 먹기 위해 다같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 애니매이션 몬스터 헌트 캡처]


반면 중국 애니메이션 ‘몬스터 헌트’에서는 요괴를 재료로 한 각종 요리가 등장한다. 요괴 사냥꾼들은 요괴를 잡아 음식점에 팔며, 귀여운 아기 요괴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도 맛이 좋다는 전설의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다.

음식은 인간의 배고픔을 채워주고,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영양소를 제공하는 동일한 기능을 하고 있음에도 음식에 대한 인식과 문화는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인간의 입맛은 쉽게 바뀔 수 없다. 한국만 해도 의식주 중 의복과 주거는 빠르게 변화했지만 아직도 쌀을 주식으로 하는 전통적 음식문화는 변하지 않았다. 음식은 식생활을 넘어선 문화로 인식된 지 오래다. 식생활과 식습관은 바뀔 수 있지만 국가적 특색을 간직한 음식 문화는 계속 보존돼야 한다.

[백해린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박사)]


백해린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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